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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여대생들 따먹은 썰 15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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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54회 작성일 20-01-1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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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부 http://www.ttking.me.com/389665

귀동냥으로 듣는 선거 판세가 죠낸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최호기 같은 킬제덴 양아치에게 우리 학교와 후배들을

맡기고 졸업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목사 같은 민베드로는 늘 큰소리만 쳤다. 

계시를 받았다느니 응답을 받았다느니 늘 뭐라고 주절거리는데 자신감이 넘치지만 알 수 없는 캐릭터였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간절히 기도하면 우주가 응답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지금도 동의한다.

우리에게 불리한 선거 막판에 변수가 터졌다. 그 때 그 사건이 터진 것은 민베드로가 말하는 기도 때문인지도 모른다.


바로 XX대 최호기 총학후보 성추행 사건!


관찰하건대 당시 학생 운동권 내부에서 성적으로 꽤 문란했었던 것 같다.


이해가 가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집회나 세미나 끝나고 뒷풀이다 뭐다 워낙 술자리가 많았다. 


무슨 술들을 그렇게 처먹는지 외국인들 보기에는 참 신기할 정도로 대학생들은 술을 마셨다.


한창 발기왕성한 20대의 청춘 남녀들이다보니 술이 떡이 되면 여러가지 AV 같은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마음에 드는 후배 여학생을 술기운에 슬며시 손 한 번  잡고 "우리 딱  한 잔 더 할래?"...그러다가 차 끊기고... 자취방이나 하숙방으로 데리고 가고

어느덧 격렬한 ㅂㄱㅂㄱ..눈 뜨고 일어나면 알몸으로 뒤엉켜 있고... 팬티가 문지방에 걸려있는 사건이 어디 한 두번이겠는가.


특히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하숙하는 운동권 여학생들은 고학년 선배가 먼저 따먹는 게 임자였다.


나도  잠시 학생운동권에 몸 담던 시절 내가 좋아하던 경아 선배와 이을룡이 떡 치는 것을 문 앞에서 엿듣기도 하고..

운동권 여자 선배가 잘생긴 후배 남학생과 붕가붕가하는 걸 직간접으로 경험했다.


그러다 보면 성추행 사건이 생기는 거다.


가끔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에서 남학생들이 술취해 헤롱거리는 후배 여학생들 가슴이나  허벅지를  주무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다가 여학생이 정색하고 밀어내면 끝이고...헤롱헤롱 거리면서 오히려 반응이 좋으면 결국 '여대생 자취방 야동'을 찍으러 가기도 한다.


여학생 중에는 뭐 여성해방이니 뭐니 본인들의 색밝힘증을 적당히 현학적으로 먹물칠하는 애들도 있었다. 

그래서 쿨하게 이놈 저놈하고  떡치는 여자애들도 분명 존재했다.


최호기는 내가 알기로 원래 총여학생회장 후보로 나선 운동권 여자애와 애인 사이였다.

애인이라기 보다는 내연관계에 가깝다.


그런데 최호기캠프 선거 운동하는 여학생 중에 이국적으로 이쁘고 풍만한 여자 후배가 있었다.


감언이설에 속아  최호기를 부처님처럼 존경한다는 이 여학생은 선거 집회 뒷풀이 끝나고 술이 떡이 되어 최호기에게 안기다시피 몸을 내맡겼다.

그러자 주체사상적 품성을 강조하는 최호기가 그날따라 음란마귀가 빙의가 되었다.  


품성? 그런거 좆까..위대한 장군님도 구멍은 많이 밝히셨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최호기는 휘청거리는 여학생을 학생회실로 데리고 물고 빨고 주물렀다.


강간이나 성폭행이라고 안하고 성추행이라고 하는 것을 봐서 섹스까지는 안했던  것 같다.


전언에 의하면 1학년인 이 여학생 팬티까지 내리고 은밀한 곳을 게걸스럽게 빨기까지 했다는 소문이다. 




나중에 대자보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농도 짙은 스킨십'이라고 적었다.


마침 그 여학생은 나도 본 적 있는 풍물패에서 장구 치던 왕가슴 여자애였다.


"어머머머!! 으앙앙!""


최호기가 강제로 옷을 벗기고 한참 물고 빨 때 이 풍물패 여학생은 울면서 학생회실을 뛰쳐 나갔다. 최호기는 담날 아무렇지 않은 척 쌩깠다. 여학생은  며칠 고민하다가 풍물패 동아리 선배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민족 문화룰 수호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이 있었지만 당시 풍물패나 탈춤반이나 손오공과 원숭이의 차이, 사실 다 주사파들의 바글거리는 소굴이었다.


워낙 이런 경우가 빈번해 모른 척 하거나 적당히 사과하고 쉬쉬하면서 넘어가곤 했는데 그때 풍물패 회장이 좀 개념글을 잘 쓰던  애였던 것 같다. 


최호기에게 탈춤반으로 와서 공개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최호기는 사과하지 않고  "개추는 많이 눌렀지만 주작은 안했다.",  "팬티를 내렸을지 몰라도 성추행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우겨댔다.


풍물패 회장이 빡  돌아 즉각 공개사과하라며 폭로 대자보를 붙였다. 그러자 최호기 선거 캠프는 당황했다.


선거를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그런데 일리단이나 킬제덴이나 어차피 다 같은 불타는 군단 일원 아닌가.  풍물패와 NL 고학번 선배들이 중재에 나섰다. 


우리에게 이 유리한 사건이 유야무야 흐지부지 끝나는 것 같았다.


"뭐야, 이거 또 이렇게 적당히 넘어가네..젝일! "


오오미! 그런데 또 한명의 여학생이 성추행 양심선언 대자보를 붙였다.  2학년 휴학 중인 아즈샤라 닮은 여자애인데 최호기에게 술자리에서 강제로 키스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자보로 사그러져가는 학내 성추행 이슈에 다시 불이 붙었다.  


그러자 최호기는 "안기부에 포섭된 여학생이다",  "학원 말살 정책이다"라며 80년대 좌파들의 전형적인 개구라를 쳐댔다.


보다 못한 우리가 나섰다.  민베드로는 학내 성폭력을 끝장내야 한다며  대학언론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음란마귀에 휩싸인 대학가 불온세력의 심판"을 선언했다. ㅋ


당시 이문열의 베스트 셀러 <선택>이 공지영 등 여성작가들에게 개패듯 까이는 등  페미니즘이 새벽닭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여학생들이 최호기에게 등을 돌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선거 당일까지 그래도 판세는 불리했다. 그들의 아성이 워낙  굳건했고 특히 무개념 1, 2 학년들의 최호기 캠프에 대한 지지는 절대적이었다.

게다가 최호기 성추행 파문도 안기부의 학원담당관의 공작이라는 그럴듯한 역소문이  퍼졌다. 참 지능적이고 악랄한 놈들이었다.


민베로는 막판의 신승을,  나는 패배를 예감했다.  


나는 한줌에 불과한 우리가 대한민국 대학가를 10년 지배한 굳건한 아성,  주체사상의 붉은 군단을 무너뜨린다는 것이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건 당시로서는 거의 판타지였다.


NL 패거리의들의 <자주청년>,  PD 떨거지들의 <진보와 지성>, 그리고 우리 비권의 <감동시대>.


HOT와 잭스키스와 불꽃튀던 경쟁을 하던 시절  늦가을 그 치열했던 선거를 나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잊을 수가 없다.




선거운동기간이 끝났을 때 효정이가 나한테 "오빠, 수고했어요."라고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러자 나는 눈물이 닭똥처럼 뚝뚝 떨어졌다.


다른 애들은  토익이다 자격증이다 미래를 위해 바쁜데 내가 무엇 때문에 이 고생을 하나..회의감이 자주 밀려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대학가 청춘들의 영혼을 좀먹는 불타는 군단 - 주체사상 세력을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지 않았던가.


난 효정이 앞에서 꺼이꺼이 울었다. 어찌보면 나도 눈물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아니, 눈물이 많던 시절.. 진짜 감동시대였다.


나는 밤새도록 달호형과 소주잔을 기울였다. 엄달호형의 표정도 어두웠다.


보고 들은 것이 있는데 왜 안그렇겠는가.  엄달호형도 사실 패배를 예감하는 것 같았다.


"재철아, 마셔라!  할 만큼 했으니 다 된기다~"

"달호형, 돈 많이 썼죠?"


엄달호형은 선거를 위해 이번에도 진짜 돈을 많이 썼다.


이틀 간인가 투표 기간이 끝나고 개표가 시작되었다. 보통 당일 밤 늦게 개표 결과가 나온다.

개표 발표는 학생회관 1층에서 하기로 했다.


선거가 끝나고 나는 개혁진지 후배들과 기독학생회 사람들과는 일일히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민베드로는 나보고 "됩니다. 걱정 마세요!" 라면서 악수를 청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참 이 사람은  대학가 판도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나.  NL주사파는 이미 온몸에 퍼진 대학가의 암세포인데...'


난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NL 애들은  주사파라는 발톱을 숨기고 청춘이니 젊음이니 감성적인 용어를 내세우면 

삼년 굶은 젊은 과부 노총각에게 팬티 내리듯 마냥 넘어가는게 당시 대학가 수준이었다. 무뇌아 신입생 시절 나도 그랬으니까...


달호형도 회사를 마치고 학교에 와 있었다.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개표가 거의 끝나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각 후보 선거캠프 애들은 물론 학보사나 영자신문 기자애들... 학생처 직원들 그리고 심지어 NL 운동권 애들 잘가던 몇몇 술집 사장들도

응원차 와 있었다. 아마 당선인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것 같았다. 


운동권애들은 집회 마치고 소 떼 마냥 몰려가 술먹는 뒷풀이를 자주 했기 때문에 단골 술집들의 1년 매상에 막대한 영항을 끼친다.


총학생회비의 막대한 금액이 대학가 술집으로 흘러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호기야, 넌 이길거야!"


술집 사장들은 최호기 앞에서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재롱을 떨었다.

최호기는 같은 빨간색 티셔츠를 맞춰서 입은 선거 캠프운동원 애들 사이에 둘러싸여서 마치 대통령이나 된 듯 연신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PD 애들이 모여 <민중의 노래>를 부르며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우리 개혁진지와 기독학생회 애들도 한 쪽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기독학생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웅얼거리면서 기도를 했다.


"저기 나온다..나와!!"


누가 소리쳤다. 선거관리위원장인 현 총학생회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계단으로 걸어 나왔다.


학생회관 앞으로 순식간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정준하 닮은 총학생회장은 얼굴이 시벌개져 있었다. 어떤 의미일까?

총학생회장은 잠시 뜸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개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기호1번 0000표 ...기호2번 0000표...기호3번 0000표.


"이로써 XX대 제 ㅇㅇ 대 총학생회장 후보로 민베드로 후보가 당선되었음을 알립니다!"


"와!!!!" 

"헐긔~~~~"

"아멘!!"

"흑헉!"

"오오미~~"


환호성과 탄식에 동시에 터져나왔다.


난 잠시 내 귀를 의심했다.


"뭐야!  씨발"... 최호기 진영 사수대로 보이는 애들 중 한 명이 들고 있던 병을 바닥에 던졌다.  유리 조각이 깨지는 파열음이 났다.


"개표 제대로 한 거 맞아!?" "개념글 주작, 아니..개표 조작이다!"


씩씩~ 거리면서 또 한명이 소리 질렀다.  그게 그들의 벌거벗은 인성이었다. 만약 선관위가 자기들 진영 아니었으면 충분히 부정선거라고 진상떨애들이었다.


총학생회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조용히 좀 하세요!!!"


불평하던 <자주청년> 캠프 애들도 기독학생회의 웅얼거리던 기도 소리도 줄어들었다.

총학생회장은 몇가지 더 얘기하고 허탈한 표정으로 서둘러 발표를 끝맺었다.


난 한동안 멍해서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어어...우..우리..가..이..긴건가.... 저..저 난 공불락의 불타는 군단을 물리치고...'


"이겼습니다!"


어느새 다가온 민베드로가 내 어깨를 두들겼다.

"그거 보세요. 재철씨, 내가 뭐라고 했습니까?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민베드로의 목소리도 촉촉히 젖어있었다. 


나는 몇몇 우리 캠프 학생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눈 후 두리번거리며 엄달호형을 찾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안보였다. 

어디갔지? 아, 덩치 큰 검은 그림자가 학생회관 뒷편 한쪽 구석에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들썩거리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흑흑.......


엄달호형은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귀하게 키운 아들을 서울대 보냈더니 주사파에 휩쓸려 보안대 출신 아버지에게  '파쇼의 개'라고 달려들었던 비극의 가족사. 

아마도 주사파에 영혼을 판 동생을 걱정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났을 것이다.


내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자 얼른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친다. 그래도 북받치는 듯 다시 울음을 쏟아낸다.

달호형과 나는 서로 얼싸 안았다.


"재철아, 고생많았데이..."

"아이고, 형님이 참 고생했죠..."


이세상 빛깔이 아닌 것 같은 투명한 붉은색 낙엽이 뒹굴던 1997년 늦가을 밤 이었다.





그 뒤로 나는 캠퍼스를 떠났다. 그리고 예정된 백수 생활의 시작되었다.  난 차비를 아끼기 위해 인근 도서관을 자전거 타고 다니며 긴 취업준비 기간을  거쳤다.


학창시절에 못했던 공부를 보충 해야 했다.  민베드로가 이끄는 총학생회와 기존 운동권 학생들과 크고 작은 충돌을 일으킨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난 민베드로의 뚝심과 종교적 신념으로 미루어  잘 해내리라 믿었다. 그리고 이미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나도 내 진로를 찾고 빵을 구해야만 했다.


효정이는 졸업 후 대학원을 진학했다. 

효정이는 도서관에서 외로이 공부하는 나를 위하여 자주 도시락을 싸왔다. 


나는 가끔 효정이네 부모님이 집을 비운 틈을 타서 나는 효정이네 집에 놀러갔다.


"오빠...변하지 않고 나 지켜줄 거지?"

"그럼..내가 왜 변해..."


"진짜지???"


효정이가 스스로 브래지어를 풀을 때 나는 효정이의  팬티를 내렸다. 효정이는 수줍게 얼굴을 가렸고  우리는 과감하게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오빠, 사랑해...영원히..."

"나도..."


효정이는 얼마 후 임신을 했고 절묘하게도 임신 소식 일주일 후 난 작은 중소기업에 취직이 되었다. 그러고보니 우리 아기가 복덩이었던 것 같다.


졸업 후 신학대학원에 진학한 민베드로 전도사도, 엄달호형도, 개혁진지 학생들도 다들 와서 나와 효정이의 급하게 진행된 결혼을 축하해주었다. 


뒷풀이 피로연에서 엄달호형이 개혁진지 학생들과 민베드로 등 기독 학생들 위주로 계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해서 다들 흔쾌히 동의했다.

우리는 한반도 대학가를 휩쓸던 불타는 군단에 맞섰던 1997년을 잊지 말자고 했다. 우리 학교를 필두로 그 뒤 많은 대학가 선거에서 

NL 빨갱이 주사파가 고배를 마셨다. 우리는 철옹성 군단에 도전장을 던지며 깃발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 세월이 흘렀다. 


우리는 다들 건실하게 세금을 잘내는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보험영업소장이 된 엄달호형이 주도로 우린 개혁진지 결성 1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부부동반으로 대충 10여 팀이 모였다. 


그즈음 목사 안수를 받고 지방의 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다가 잠시 쉬고 있는 민베드로도 같이 가기로 했다.


40 줄에 접어든 민베드로와 엄달호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30중후반의 나이였다. 흥청망청 관광보다는 우리는 비권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들답게 이왕이면 민족의 정기 백두산를 답사하기로 했다.

과장이던 나도 연차를 냈고 전업 주부였던 효정이는 애를 처가에 맡겼다.


당시 노무현 정권 말기 시절이었다. 다른 여행팀에 노사모 같은 애들이 있었나 보다. 버스 안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백두산 꼭대기 천지 너머로 북한 쪽이 보인대."

"지금은 북한이 그렇게 못살지 않아!"

"그럼, 북한도 웬만큼 산다. 배고파서 탈북? 뻥치지말라고 해. 그거 다 웰빙 탈북,  기획 탈북이야!"


그걸 들은 민베드로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입을 굽게 다물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았다. 우린 백두산 천지를 보고 내려와서 양꼬치를 안주 삼아 술도 마셨다. 그런데 다음날 갑자기 일정이 취소되는 바람에 시간이 꽤 남았다. 


어차피 마지막 날 4-5시간은 자유 시간이라 하루 종일 일정이 없었다. 누군가 발안마를 받자고 했다. 그런데  민베드로가 나섰다.

나는 그때까지 민베드로가 중국을 자주 왔다갔다 하는 선교사였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여러분들! 이왕 오신 김에 우리 조금 의미있는 곳을 한번 다녀오지 않겠습니까?"


민베드로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민베드로는 곧 가이드에게 부탁해 봉고차 두 대를 대절해 왔다.  자원한 사람만 가자고 한 곳은 바로 '삼합'이라는 곳이었다. 




이 곳은 중국과 북한의 경계지역인데 달랑 철조망 하나만 있고 경계 서는 보초도 없어서 북한주민들의 생활을 낱낱이 볼 수 있다고도 했다. 


때로는 북한사람들이 중국 쪽으로 넘나들기도 하는 곳이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지옥의 군주 만나로스 같은 김정은 체제 출범 전이라서 국경의 경계가 비교적 허술했다.


민베드로 말로는 자신이 아는 이 루트로 중국 공안을 피해 한국의 유관 단체에서 가끔 답사를 하고 북한의 실상을 간접적으로 접한다고 했다.


아, 우리는 숙소에서 약 1시간을 달리고 또 한참을 걸어서 삼합이라는 곳으로 갔다. 그 곳은 진짜 놀라웠다. 

대충 얽어맨 철조망이 있고 코 앞에 북한 주민들이 사는 마을이 내려다 보였다.


과거 우리의 젊은 날 대학가를 진동시켰던 NK 주민들의 존재를 생생하게 목격 할 수 있었다.


엇!


우리가 한참 두리번 거리고 갈 채비를 하는데  저멀리 북한쪽  마을에서 한 두명의 어린이가 다가왔다.


나는 가슴이 떨렸다. 다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오직 민베드로만 싱글싱글 웃었다.

뒤이어 북한의 어른들도 다가 왔다. 다가오는 북한 주민은 금새 20명 정도로 불었다. 반은 꼬맹이들이었다.


그런데...고난의 행군이 끝난 지가 언젠데 북한주민은 죄다 앙상하게 말라있었다.  

보기에도 처참했다.


우리를 보고 한참 쭈삣거리던 한 꼬마 남자아이가 입을 열었다 


"배고픈데 먹을 거 없슴까?"


상당히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그러자 뒤에 있던 다른 꼬맹이 여자아이가 입을 열었다.


"삼촌, 저 먹을 것 좀 주시겠슴까..."


다시 뒤에 있던 북한 남자 부부가 성큼성큼 다가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 좀 도와주시겠슴까?"

"우리 좀 살려주시겠슴까?"


'뭐야? 지상낙원 북한이...가난해도 자주성으로 똘똘뭉친 존엄의 주민이 이렇게 구걸까지....' 난 충격을 받았다.


우리 일행 중 누군가 지갑을 열어 슬그머니 지폐 달러를 건냈다. 그걸 본 다른 북한 주민들이 아우성을 치면서 달려들었다.


"저좀 도와 주십쇼!"

"저도 도와 주십쇼!


신발도 없는 한 꼬마아이가 우리 쪽으로 달려오다가 어른들에게 채여 길에 나동그라졌다.  그 아이를 일으켜 세우며 한 초췌한 중년의 북한 여자가 절규하면서

달려들었다.


"우리 아이 지금 며칠 굶었슴다. 맥이 없슴다. 못 먹으면 죽슴다. 도와주기쇼. 제발 살려주기쇼..."


우리는 차마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광경을 보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너도 나도 지갑을 열었다.  


지켜보던 상남자 엄달호형이 눈이 충혈 된 채  아예 잠바까지 벗어 던졌다. 


그 잠바를 주우려고...북한 사람들이 우루루 달려들었다.  내가 스웨터를 벗어줬다.  


북한도 당당히 UN에 가입한 국가라는데 이게 정녕 국가란 말인가?

아니, 시발...어떻게 이 지경이 되도록... 도저히..이럴 순 없었다. 이건 말이 안된다.

그 때까지 나도 북한이 어느 정도 못사는 줄 알았지만 이렇게 거지떼같을 줄 몰랐다.


국내 좌파들은 북한의 이탈주민들이 생계형이 아니라 기획탈북, 웰빙형 탈북이라고 했다. 다 거짓말이었다. 개새끼들...


나는 서서히 가슴 속 깊은 곳에 뜨거운 것이 솟구 치는 것을 느꼈다.


같이 갔던 일행 여자분 한 명이 훌쩍 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동료도 손수건을 꺼냈다. 순식간에 눈물은 전염되었다. 


"이럴수가..흑흑"

"이..이게..도..도무지 말이 되는가.."


누가 또 자기가 찬 시계를 풀어주었다. 내 와이프 효정이는 스카프까지 풀었다. 하나하나가 그들에게는 참으로 귀한 물자였다.


"흑흑흑...아이고..아이고"


북한 쪽 사람들도 철조망으로 손을 내밀며 울기 시작했다. 이쪽의 한국 사람들도 다 울었다. 순식간에 우리가 간 삼합의 변경 지역은 울음 바다가 되었다.


내가 목도한 북한 주민들의 실상은 참혹했다. 그랬다.  배가 고파서...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북한 처녀들은 단돈 50만원의 중국 건달들에게 인신매매로 

팔려가 성노예가 되었다.  접경지역에서 북한주민이 시체로 발견되는 일도 허다했다.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달리며 2백만명이 굶어 죽었는데 고도성장을 겪은 한국의 등따습고 배부른 청춘들은 북한과 북한 정권을  

찬양하며 빨아댔다.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내에서 우리는 내내 침울했다. 민베드로가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며칠 후 내가 보고 겪은 일을 아버지에게 말씀을 드렸다. 


"그래, 거긴 아직도 그렇게 굶주린다냐?" 


아버지는 태연한 듯 말씀을 하셨지만 그 뒤로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그러다가 안방에 들어가신 아버지는 한참을 숨죽여 우셨다. 





아버지는 살아 생전에 '절대빈곤'에 대해서 한 번 말씀하신 적이 있다.


"내가 소학교 때 우리반 급우가 학교를 며칠 안 온거야. 그 때는 전화도 없던 시절이잖니. 담임선생님과 내가 어렵게 산꼭대기 그 아이 집을 찾아갔지.


그런데 다 쓰러져가는 싸리대문 앞 부터 이상한 냄새가 풍기는 거야. 방문을 열어보니 온 가족이 다 엎어져 널부러져 있어.

아하...할머니도.. 아버지도...아이도 죄다 굶어 죽은 거야. 지옥이라는게 따로 있갔니.

바닥에 떨어진 간장 종지를 얼마나 긁었으면 숟가락이 다 닳아있더라. 얼마나...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젊은 시절 이를 악물고 돈을 버셨던 아버지는 자유분방한 기질과 이북 출신이라서 반공을 국시로 삼던 대한민국에서 참 살기 힘들었다고 했다.

당연히 박정희 대통령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년 전에는 " 지금 돌이켜보면 그 양반이 나쁜 짓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옳았던 것 같다."며  내 어깨를 두드려 주셨다.

북한 실향민 출신인 아버지는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한번 더 우셨고 작년에 돌아가셨다. 


한반도에 기생하는 일리단과 불타는 군단을 빨아대는 더러운 새끼들.

김정은 같은 일리단이야 원래 그런 놈이라고 치고 더 비겁한 새끼들은 그걸 알면서 빨아대는 영혼팔이다.


나는 안다. 너희들의 정체를..

너희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들어 어떻게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을..


나도 한 때 너희들의 일원이었으나 이젠 너희들에게 맞섰던 말퓨리온 같은 나의 젊은 날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내가 몇년 전 본 북한의 킬링도어 같은  참혹한 실상은 한반도의 승리자, 역사의 승리자가 누구임을 증거한다.


나는 또 안다. 

정의의 역사는 자신들의 통치체제를 굳건히 하기 위해 인육을 먹도록 백성들을 굶주림에 시달리게 만든 불타는 군단과..

저 앙상하게 말라가는 불쌍한 아이들을 신음하도록 내버려 두고 동조하는 너희들을 


반드시...반드시 심판하리라는 것을...


돌이켜보면 지나온 20대 시절이 모두 꿈만 같다. 

어려운 환경 속에 고군분투 하는 모든 이에게 희망을 보며 이제 글을 맺는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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