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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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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19회 작성일 20-01-1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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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을 이용해서 이번 편은 가벼운 내용으로 짧게...


...


손님들 중에서 30살 언저리의 허세 가득한 남자 하나가 있었어. 키는 180cm 언저리였고,

온 몸에는 나름 명품으로 쳐발랐는데, 그러면서 고깃집을 왜 오는 건지... 냄새 배는데 말이

야. 


암튼 허세 가득한 놈이었고, 실제로 대화를 해보면 양아치 스러움도 느껴졌지. 그런데 단골

이기는 했어. 일주일에 3번 정도는 꼬박꼬박 왔으니까. 자기 말로는 무슨 사업을 한다고 하

는데, 그거야 내가 확인할 수가 있나.


이 녀석에게는 여자친구 하나가 있었는데, 굉장히 귀염상의 여자였어. 키는 160cm가 안 되

고 약간은 통통한 느낌이 들었지만, 피부가 좋고, 아주 예쁜 얼굴이었어. 그런데 체구가 작다

보니까, 딱 보면 귀여움 ㅎㅎ


실제로 말을 섞으면 기본적으로 목소리에 애교가 섞여 있어서, 여자 자체가 귀여움으로 똘똘

뭉쳐 있었던 것 같아. 반대로 여자들은 되게 싫어할 타입이었지. 아름이 조차 그 여자를 보고

가식 덩어리라고 했으니까.


그 둘은 거의 항상 우리 가게에 와서 술 한 잔을 마시고 했는데, 나중에는 너무 많이 오니까,

나도 술 한 잔씩 받으면서 나름 친하게 지내게 되었어. 그렇다고 연락처를 주고 받고 이런 사

이가 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몇 달이 지났으려나?


일주일에 3번 정도는 꾸준히 오던 그 커플이 한 2주 정도 안 오는 거야. 직감적으로 둘이 헤

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 그들에게 있어서는 우리 가게에 오는 게 일종의 루틴이었을 텐

데, 그 루틴이 깨졌다는 건 무슨 일이 있다는 뜻이니까.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났는데, 그 귀여운 여자가 나타났어. 우리 가게에 온 거지. 그런데 혼자네?

그때 아마 자정 언저리 쯤이었어. 이제 가게가 한가해 질 시간이었는데, 구석에 앉아서 혼자 술

을 마시더라.


"오늘은 혼자 오셨네요?"


가볍게 인사를 했지. 자주 보던 사이였으니까. 그 여자가 나를 보고 웃더라. 참 귀여워...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연예인 중에 박보영이라고 있잖아? 그만큼 귀여웠으니까.


"그렇게 됐네요."


항상 웃는상의 여자였는데, 무언가 쓸쓸한 느낌도 들더라. 아, 헤어진 게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

었지. 더 이상 대화할 거리도 없거니와 그다지 끼어들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녀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어. 


그리고 그 귀여운 여자는  1시간 정도 술을 마시고 가게를 나갔지.


자, 여기서부터 좀 흥미로워지는데, 그날 이후로 그 귀여운 여자는 시간에 구애 없이 우리 가게에

매일 같이 왔어. 그리고 소주를 한 병에서 한 병 반 정도 마시고 가는데, 그러면 얼굴이 새빨개 지

거든... 우리 알바들도 그 여자를 보고 예쁘다, 귀엽다 소리가 나왔으니...


그렇게 우리 가게에 혼자 온지 4일차 정도 됐으려나? 내가 알면서도 넌지시 물었지. 그 날은 새벽

시간대라 꽤 한가했거든.


"요즘 계속 혼자 오시네요?"


"네... 헤어졌어요."


헤어졌다는 말, 굉장히 슬픈 말이잖아? 그런데 그 말을 하는 모습조차 귀엽더라. 이 정도면 타고

난 것이지. 그녀에게 헤어졌다는 말을 듣고, 난 조용히 술 한 잔을 따라줬어. 고맙다고 하더라.


"고마워요... 사장님."


"뭘요... 한 잔 하시고... 힘 내세요."


"아... 사장님..."


"네?"


술 한 잔 따라주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그 여자가 나를 붙잡더라. 그래서 다시 자리에

앉았는데,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묻더라고.


"오빠... 가게에 오나요?"


"오빠라면... 아... 그 분이요... 요즘 안 보이는데..."


"그렇죠? 그런거죠?"


"네..."


그제야 이 귀여운 여자가 우리 가게에 매일같이 오는 이유를 알겠더라. 헤어진 남자친구를 만

나기 위해서 단골이었던 우리 가게에 계속 왔던 거야. 연락은 안 될 테니, 어떻게든 마주치려고

말이야. 그런데 그 남자가 오지 않는 이상 그게 되나...


"요새 저희 가게에 안 온지 꽤  됐어요."


나름 그 여자에게 이별에 대한 현실을 각인 시켜주고 싶었어. 이렇게 우리 가게에 온다고 헤어진

남자랑 이어지거나 그러지는 않을 거 아니야. 나도 약간은 오지랖이 있는 건가? ㅎ


"사실...지난 며칠 간... 자주 가던 카페도 많이 갔어요."


아, 이 여자 생긴 거와 달리 무서고, 나름 집념이 있네. 내가 말을 받아주니까, 그 여자는 남자와

의 만남부터 이별까지 그냥 털어놓기 시작하더라. 내가 연애 상담사도 아니고 말이야. 그렇지만

나름 흥미있게 들었어. 내가 잘 들어주니까, 알아서 자기 이야기를 계속 했지.


"아... 그래요."


"그래서... 그렇게 헤어졌어요."


"아... 좀 그렇다. 그분이 잘못 했네요."


"그렇죠?"


"이렇게 예쁜 여자를 두고 왜 바람을 피웠을까?"


여튼 남자는 남자가 안다고 처음부터 양아스러다는 느낌이 있고, 허세 가득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바람을 피웠던거였어. 어떻게 보면 능력이 되니까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여자를 버리고 새

로운 여자에게 갈아탄 것일 수도...


"나쁜놈..."


그 귀여운 여자는 그렇게 내가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해서 그런지 몰라도, 진짜 매일같이 우리

가게를 오더라. 소액이었지만 매출이 올라가니까 우리 가게 입장에서는 나쁠 건 없지만, 한편으

로는 무섭기까지 했어. 


헤어진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 자주 가던 고깃집이나 카페에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어떻게 보면 생각만 해도 굉장히 끔찍한 일이야. 물론, 이 여자 입장에서는 간절함

이 작용한 것이겠지만...


그러던 어느 날... 그 날도 여자는 새벽녘에 와서 술을 마시는데... 아마 심적으로 굉장히 지쳤나봐.

소주를 보통 1병에서 1병 반 정도 마시고 일어났는데, 그 날 혼자서 3병이나 마셨어. 4병째 주문

하길래 내가 말렸어.


"그만 드세요.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아녜요... 저 더 마실 수.... 있어요."


술에 취하지 않은 내가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이 여자, 꽐라 직전이었어. 이미 혀도 꼬였으니까. 그

런데 혀가 꼬이면서 말을 제대로 못하니까 더 귀여워 보이더라. 내가 봤던 여자들 중에서 귀여움으

로는 끝판왕이었지.


"아닌데... 더 마시면 안 될 것 같은데..."


"사장님... 1병만... 딱 1병만 더 마실게요... 그리고 집에 갈게요."


더 이상 술을 주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손님이 달라고 하고, 차라리 아예 모르는 사람이면 주고

매상이나 올리면 그만인데, 고민이 되더라. 그래서 빈 소주병에 물을 담아서 가져갔지. 그리고 내가

술을 따라주는 척 연기를 했어.


"한 잔 받아요."


"고마웡...사장님."


이제 반말도 하네. 내가 따라준 술, 아니, 물을 받아 든 그녀는 참 맛있게도 먹더라. 본인 입에 들어가

는 것이 물인지, 전혀 눈치도 못 챘어. 그만큼 맛탱이가 갔다는 거지. 역시나 그녀는 내가 물을 담은 소

주병의 절반도 마시지 못하고, 그대로 고꾸라졌어.


이럴 때가 굉장히 난감해. 이거 계산도 해야 되는데...


그 당시에 아름이가 있을 때라 아름이에게 부축하라고 시켰어. 그런데 정신줄 놓은 여자를 여자가 부

축하는 게 쉽지 않지. 끙끙대길래 나도 가세했어. 진짜 의도치 않았지만, 부축하다가 내 품에 쏘옥 들

어오니까 기분은 나쁘지는 않더라. 가끔 이런 맛에 밤 장사를 하는 걸까?


"저기요... 일어나 봐요."


그런데 부축을 하면 뭐하나? 생각해 보면, 이 여자 사는 집도 모르는데... 한동안 정신 잃은 그녀와 씨

름을 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아름이에게 그녀를 챙기라고 시킨 후, 난 민주주의 지팡이를 불렀지.


10분 정도 지나니까, 여경을 포함해서 4명이 우리 가게에 왔어. 그리고 우리의 지팡이들이 그녀의 지

팡이가 되어 우리 가게를 나갔지.


"사장님... 계산은요?"


"냅 둬. 나중에... 갚겠지."


아름이가 그녀가 계산을 하지 않을 것을 지적했지만, 그저 푼돈 수준이니까, 안 받아도 그만이기는

했어. 물론, 갚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어. 귀여운 여자들은 먹튀같은 거 하지 않거든.. ㅋㅋㅋ 농담...


그렇게 한 3일 정도 지났을 거야. 역시나 새벽녘에 그 귀여운 여자가 나타났어. 나를 보고 미안하

다고 하면서 바로 계산을 하더라. 난 아름이를 보고 눈을 찡끗 거렸지.


거 봐, 내 말 맞잖아. ㅎㅎ


계산을 하고 그 귀여운 여자는 또 다시 술을 마시더라. 보통 이 정도 되면 약간은 창피해서라도 계산

만 하고 갈 것인데, 또 우리 가게에서 헤어진 남자를 기다리며 술을 마시네... 집념인가? 집착인가?


그런데, 이 날 아주 엄청난 사건이 발생해.


그 귀여운 여자가 소주 1병 정도 마셨을 무렵, 예상지도 못한 일이 발생했어. 헤어진 남자가 우리 가

게에 아주 오랜만에 방문한 거야. 그 남자가 들어오는 모습은 내가 처음 봤는데, 이거 와... 당사자가

아닌 내가 봐도 미치겠더라.


일촉즉발의... 뭔가 터질 것 같은 느낌? 더구나 그 남자 뒤에는 또 아리따운 아가씨 하나가 따라 들어

왔어. 키가 크고 꽤 날씬한 여자였는데, 난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친 후, 차마 말은 못하고, 눈짓으로 지

금은 아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외쳤어.


그런데 그 남자가 알아 먹을 턱이 있나. 지금이라도 도망가야 해라고 소리 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지. 그리고 그 귀여운 여자는 헤어졌던 남자와 그 남자를 따라온 여자를 보게 되었지.


볼트였어... 우사인 볼트 말이야. 그리고 타이슨이었어. 마이크 타이슨 말이야.


우사인 볼트처럼 빛의 속도로 헤어진 남자와 그를 따라온 여자에게 달려간 그녀는 곧바로 싸대기를

날리더라. 누구에게? 남자에게? 아니아니. 그를 따라온 여자에게...


"뭐야... 이 개쌍년은..."


그렇게 귀여운 여자 입에서 험한 욕이 튀어나왔고, 곧바로 우리 가게는 아주 아수라장이 됐어. 그 귀

여운 여자는 자신보다 10cm 이상은 커 보이는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놔주지를 않더라. 그리고 남자

는 엉켜버린 두 여자를 말리고...


수저통이 날라가고, 의자 쓰러지고, 난리도 아니었지. 몇 명 없던 손님은 고기 굽다, 싸움 구경 시작

하고 심지어 길 가던 사람들도 싸움 구경하러 우리 가게에 들어왔어. 


장난 아니더라. 


"내 남자에게... 꼬리를 쳐... 이 개같은 년아... 죽어라... 이 씨발년..."


정말 미친듯이 때리는데, 그 키가 큰 여자는 속절없이 당하고, 남자는 여자를 제대로 말리지도 못하

고 총체적 난국이었어. 솔직히 재밌기는 하더라. 싸움 구경 재밌잖아. 그런데 왜 하필 우리 가게인거

야... 이 씨발놈년들이... 그치?


그래서 난 이번에도 민주주의의 지팡이를 불러야 했어. 신고 하고 5분 만에 바로 오더라. 그제서야

정리가 되었고, 귀여운 여자와 그 남자, 그리고 그를 따라온 여자는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연행되

어 갔지.


그 뒤로 어떻게 됐을까?


사실 정리하고 보니까 그렇게 큰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어찌 됐든 우리 가게는 피해를 입었던 말이

야. 나중에 경찰과 통화하고 가해자 쪽에서 배상한다고 해서 대충 넘어갔어. 실제로 소액이지만 배

상금도 받았고... 그 귀여운 여자가 우리 가게에 와서... 미안하다고 직접 사과를 하기도 했고...


그 뒤로 그 귀여운 여자와 그 남자는 볼 수가 없었지.


라고 말해야 했지만, 내 기억 속에서 그 사건이 잊혀졌을 무렵, 얼굴에 철판을 깐 그들이 우리 가게

를 찾아왔어.


"사장님 오랜만이에요."


귀여운 여자가 나를 보고 웃으며 인사를 하더라. 그리고 그녀 옆에는 헤어졌던 그 남자가 있었지.


뭐야... 이거? 애들 무서워. 


그 둘은 서로 다시 사귀기로 했다고 했어. 그동안 오해했던 것이 풀렸다고... 오해를 풀기 위해서

진격무쌍을 찍고, 경찰들에게 연행 당한단 말이야... 


이쯤 되니까, 그 귀여운 여자가 정말 무섭더라. 저런 여자 만나면 진짜... 아휴....


그 뒤로 전보다 횟수는 줄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꼬박꼬박 우리 가게에 오더라. 언제나처

럼 화기애애 술 한 잔 마시고 우리 가게를 떠났지.


대단한 커플 아니야? ㅎ


그런데 뒷 이야기가 하나 더 있어.


가게를 그만 둘 때까지, 그들은 계속해서 우리 가게에 왔었는데, 재밌는 사실 하나는 남자는 귀여운

여자보다 더 많이 왔었어. 


새벽 4시? 혹은 5시 정도에 거의 꽐라가 된 상황에서 우리 가게에 왔는데, 그 옆에는 귀여운 여자에

게 싸대기를 맞은 여자가 있었지. 남자는 취한 상황에서도 나에게 손가락으로 입을 막으며, 비밀이라

고 하더라...


진짜 미친 놈 아니야?

와... 세상에 이런 애들이 다 있지? 


나야 굳이 그 사실을 귀여운 여자에게 알리지는 않았지. 괜히 말했다가 이번에는 나한테까지 달려들

면 어떡해? 


똥은 더러워서 피한다지만, 싸이코는 무서우니까 피해야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던 경험이었지.


...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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