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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년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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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32회 작성일 20-01-1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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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건들이 있었던 2년이었는데, 글을 쓰면서 기억을 되살려 보면, 참 시간이

뒤죽박죽, 나이를 먹긴 먹었나 봐. 이번이 13편째 인데, 지금까지 사건은 어쩌면

별 게 아닐 수 있는, 일종의 에피타어지 느낌의 글이었어.


몇 편으로 마무리가 될 지 모르지만, 절정과 결말에 가장 중요한 이야기들을 풀어

야겠지? 어찌됐든, 중요한 이야기는 내가 왜 2년 만에 바지사장 노릇을 그만뒀을

까 아니겠어? 그런데 글로 표현을 하려니, 아직은 먼 이야기야.


하.. 


이 번 글에서는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중요한 인물을 소개해 줄거야. 그렇지만 맛

만 보여줄게. 이 사람은 사실 나중에 많은 이야기거리를 던져줬던 사람이었으니까.


나중에 몰아서 쓸까 생각도 했지만, 이쯤에서 소개는 시켜야 할 것 같아서, 시간 상

내가 고깃집에서 일을 하고 빠른 시간 내에 알게 됐던 사람이니까.


...


선배 고깃집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난 전방위로 뛰어 다니면서 열심히 일을 배울 때

였어. 몇 번이나 말하지만, 그 당시에 일 끝나면 선배로 소주 한 잔 마시면서 피로를

풀고 그랬었는데,


내가 일을 하고 두 달이 좀 안 됐을거야. 어느 날, 가게에 선배를 찾아 온 여자가 있었

어. 선배 지인들이 곧잘 오기는 했지만, 여자는 또 처음이었지.


"여기는... 내 친구 정희연이라고 해."


"네. 안녕하세요."


정희연... 이 가게를 맡을 사람이 나였다는 건 그만큼 나랑 선배는 친분이 두텁다는 것

이겠지. 그렇기 때문에 선배는 자신의 친구인 정희연을 나에게 소개를 시켜줬어.


그녀의 첫 인상은 예쁜데, 또 어떻게 보면 예쁜 거 같지는 않아. 그런데 확실한 건 매력

이 있었어. 조금 차가운 듯 보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따뜻해 보이고... 카멜레온처럼 색

깔이 종잡을 수 없는 여자였어.


정희연은 선배보다 2살이 많았어. 그러니까, 내가 33살, 선배가 37살, 정희연이 39살이

었지. 생각해 보면 정희연이 나랑 6살 차이로, 외숙모랑 동갑이었군.. 그래서 그랬나.....


선배랑 2살 차이였던 정희연, 그들은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알고 보니까, 둘이 같

은 대학 같은 과 동기더라. 선배는 빠른 년생이었고, 정희연은 1년 재수를 했지. 그러니 2

살 차이에 동기가 되었고, 어쩌다 보니 나이 안 따지고 친구를 먹었다고..


그 날 일을 마감짓고 나와 선배, 그리고 정희연은 술 자리를 가졌어. 생각보다 매우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더라. 아니, 어쩌면 굉장히 쿨한 여자였어.


나중에 깨닫게 되지만, 정희연은 치마를 절대 입지 않아. 항상 바지만을 고수하는데, 그 바

지도 청바지를 많이 입었어. 그렇다고 밋밋한 청바지가 아니라, 매우 스타일리쉬한.. 어떻

게 설명하기 힘들지만, 남들이 소화하기 쉽지 않은 청바지 있잖아.


정희연은 그런 걸 즐겨 입었고, 그렇기 때문에 신발도 거의 운동화였지. 그런데 그 운동화

도 가만 보면 꽤나 화려 해. 상의는 아주 가볍게 티 하나 입었는데, 몸매가 날씬하니까, 몸

굴곡이 다 드러날 정도였던 것 같아.


39살의 여자가 이렇게 옷을 입고 다녔는데, 치마를 입지 않는 것이 의문스러울 수도 있잖아?

그런데 내가 봤던 여자 중에서 바지가 가장 잘 어울리는 여자였어.


다리에 컴플렉스가 있어서 치마를 입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더라. 피부

관리도 워낙에 잘해서, 종아리도 매끈하던데...ㅎ


암튼, 성격은 꼭 남자와 대화를 하는 것처럼 쿨했어. 정희연 앞에서는 어지간한 섹드립도

그냥 웃어 넘길 정도였으니까. 어떻게 보면, 정희연의 그런 성격때문에 대화의 폭이 굉장히

넓었었던 것 같네.


첫날 우리 셋은 술 한 잔 마시면서 친해질 수 있었는데, 난 그날부터 정희연을 누나라고 불렀

어. 정희연도 좋은 동생이 생겼다면서 즐거워 했었지. 그렇게 오전 8시가 조금 넘었고, 정희

연은 택시를 타고 갔어.


그리고 난 선배에게 물었지. 


"무슨 사이야?"


"친구라니까?


"에이... 남녀 간에 친구가 어딨어?"


언젠가 글에서 밝혔지만, 난 남자와 여자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야. 어떤 계기가

만 있다면, 언제라도 섹스 할 수 있는 사이가 무슨 친구야? 그게 몸 친구라면 인정 ㅎㅎ


"쩝... 학교 다닐 때 고백했다가 차였어."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남녀 사이에 친구가 어딨어."


"봐서 알겠지만... 착하고... 성격 시원하잖아. 차였어도... 어떻게 친구가 되더라."


"그 누나... 아직 결혼 안했다면서..."


"응."


"형이랑 하면 되겠네. 둘 다... 나이는 차고 넘치는데..."


"에이... 무슨 결혼은..."


선배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언젠가 나와 단둘이 술을 마시면서 그러더라. 선배가 31살인가,

30대 초반 때, 정희연에게 또 고백을 했는데, 차였다고... 대신에 둘이 술 마시면서, 마흔 살

까지 둘 다 결혼 못하면, 그때 생각해 보자고 했다고...


선배는 이게 농담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러려니 했다고 했어. 그 사이에 다른 여자

만나서 결혼 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정희연이 먼저 결혼할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세월

은 그저 흘렀고, 정희연의 경우에는 당장 1년 뒤에 마흔살이 되게 생겼었지.


"아... 그러면 그때 결혼 하면 되겠네."


"모르겠다. 희연이가 결혼 해주면 좋긴 한데... 그게 안 되면... 그냥 뭐 다른 여자랑 해야지."


"말만 친구고... 사실상 사랑하는 사람이네..."


"나도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봤는데... 희연이를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그런지, 뭐랄까, 그 불씨

랄까 그게 꺼지지는 않아."


10년 넘게 선배를 지켜봤는데, 분명 선배도 다른 여자들을 사겨 왔고, 여자가 없을 때는, 경제적

거래를 통해서 여자를 즐겨왔는데, 정희연이라는 여자를 확실히 좋아하는 것 같기는 했어. 원래

여자에게 그렇게 잘하는 선배는 아니었거든... 그런데 정희연 앞에서는.. 헤헤헤... 이러니까.


정희연이 굉장히 시원한 성격이라고 했잖아.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어. 우리 가게가 유흥 거리에

있으니까, 노래방이 차고 넘친다고 했잖아. 언젠가는 셋이서 술을 마시고 그 오전에 노래방을 갔어.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지... 그런데 정희연이가 그러더라.


"도우미 좀 불러 봐."


남자 2명과 여자 1명이 노래방에 놀러 갔는데, 도우미가 왜 필요하냐는 말이야. 더구나 여자가 도우

미를 부르라는 것은 무슨 상황인거야. 그런데 선배는 마치 처음이 아니라는 것처럼 도우미를 부르더

라. 그리고 15분 정도 지나니까 진짜 도우미가 들어왔어.


그 상황에서 뻘쭘한 사람은 두 명, 나와 방금 들어 온 도우미였지. 그런데 도우미도 프로페셔널 한 게,

뻘쭘한 상황임에도 인사하고 분위기 띄우려고 노력하더라. 


거기에 신나서 선배는 도우미 껴안고 춤추며 노래하고, 정희연은 그 모습 보고 아무렇지도 않아하고,

뭐야, 그 순간만큼은 선배가 내가 알던 선배인가 싶더라.


선배가 도우미를 물고 빨고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막 스킨십하면서 즐기고 있는데, 같이 있는 나는

무안하고, 오히려 정희연은 아무렇지도 않아 하고, 이게 즐기는 거야? 이게 즐기는 거냐고? 이럴 거

면 집에 가서 잠이라도 더 자는게 이득인데...


"남자들 다 이렇게 놀잖아. 왜 그래? 순진한 척..."


내가 어쩔 주 몰라하니까, 정희연이 나를 보고 웃으며 말하는데, 이 여자, 이 누나, 쿨해도 너무 쿨하

더라. 


"너도 파트너 하나 붙여줘?"


"아니요. 그게 아니라..."


"이리 와 봐."


졸지에 내 파트너는 정희연이 되었지. 정희연이 내 옆에서 팔짱 끼고 다가오는데, 이게 무슨 상황인지

감도 안 잡히더라. 눈은 계속 선배를 쳐다보는데, 이 미친놈은 도우미에 정신 팔려서 춤이나 추고 있고,

이게 소라넷이야? 


나도 살면서 죄 짓는 행동 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그래도 부끄러움이나 염치란 게 있잖아. 나쁜 짓

을 해도 몰래 하려고 하잖아. 물론, 나쁜 짓을 안 해야겠지만... 그런데 대놓고 '나 나쁜 짓 할 건데'라고

공개 선언하고 나쁜 짓 하면... 그거 미친놈이잖아. 그렇지?


그렇게 정신 없이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정희연과 엄청난 짓을 벌인 건 아니지만, 간단한

스킨십 정도는 했지. 아니, 당했지. 살짝 안거나, 손을 잡거나, 이 정도... 그런데 그것도 선배 앞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되는 거잖아.


머릿속에서는 선배... 저 미친놈... 지 여자... 관리 안하고 뭐하는 거야... 이런 생각만..


그런데 막상 노래방을 나와서 국밥을 먹으러 가는데, 선배와 정희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니까,

이게 내가 정상인지, 그들이 정상인지 헷갈리더라.


나중에 밥을 먹고 정희연이 돌아가고 선배가 하는 말이,


"희연이 원래 그러니까... 당황하지 마."


"아니.. 선배도 문제지... 좋아한다면서... 그럼 관리 해야지."


"야. 내가 관리 한다고 될 얘냐. 그리고 희연이가 저렇게 행동해도... 쉽지 않은 여자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래도 15년 정도 희연이를 봤는데... 쉽게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고... 알잖아. 그런거."


결국 선배 말로는 정희연이 소위 쉬운 여자가 아니라는 것인데, 그것을 내가 어떻게 알 것인가.

노래방에서의 일만 보면 굉장히 쉬워 보이던데.


"희연이가 쉬웠으면, 내가 이미 점령했지. 난공불락이야... 야!"


"응."


"그렇다고 꼬실 생각 말고..."


"미쳤어... 내가... 씨발..."


"이 새끼... 형 앞에서 욕 하는 거 봐라."


선배는 정말 정희연의 이런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 난 그런데 너무 의심이 되는 거야.

이런 여자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게 말이 돼? 믿을 수 있겠어? 난 믿을 수 없었는데 말이야.


그 노래방 사건 이후 며칠이 지났을 때, 또 셋이서 술을 마실 기회가 생겼는데, 그때 이런 생각

이 들더라. 도대체 이 여자는 뭔데 이 새벽에 나와서 술 마시고 돌아다니는 걸까?


그나마 나와 선배는 가게라도 운영하고, 또 일을 하잖아. 그런데 정희연, 이 여자는 뭐지? 더구

나 결혼도 안 했다고 하던데... 그래서 정희연에게 물었지.


"누나... 누나는 무슨 일 하세요?"


"나? 내가 백조일까 봐?"


"아... 그게 아니라..."


"나... 백조 맞아."


"네."


"돈 많은 백조야."


정희연은 스스로 돈이 많은 백조라고 했어. 그 말은 놀고 먹을 만큼 돈은 있다는 거잖아. 도대

체 무슨 일을 해서... 아니지. 집안이 원래 빵빵한가?


"희연이 집이 좀 살아."


명쾌하게 내 의문을 선배가 풀어줬어. 그 순간 선배가 정희연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정희연만 잡으면, 이거야 말로 황금알을 낳는 백조 아니던가 ㅎ


"그렇다고... 날 넘 볼 생각 말고..."


"그게 아닌데요.... 누나."


정희연이 한 번씩 치고 들어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 무엇이 좋다고 선배는

옆에서 히죽히죽 웃고 있고...


그 날 오전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 앞이 헤롱 거릴 정도였으니, 이미 내 옆에는 선배가 맛탱

이 간 상황이었는데, 같이 술을 마셨는데도 정희연은 멀쩡까지는 아니지만, 우리 셋 중에서 가

장 제정신인 것 같았어.


"한 잔 더 ... 마실까?"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선배가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지. 정희

연이 선배를 부축하더라. 그건 남자가 해도 쉽지 않은데... 내가 선배를 부축하려고 하자, 정희

연이 하는 말이,


"넌 들어가. 내가 집에 데려다 줄 테니까."


"아.. 그래도..."


"이 새끼. 못 일어나. 아마 오늘 가게에서 니가 고생 좀 할 거야."


겁나 쿨하게 정희연은 선배를 부축하고 그렇게 사라졌지. 그리고 오후 5시가 되어서 영업을 시

작해야 하는데, 선배는 연락도 되지 않았고, 출근도 하지 않았어. 난 머리가 깨질 것 같았는데,

정희연이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나더라.


와... 씨발... 도대체 둘이 무슨 사이야. 친구 맞아.


결국 그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야 선배에게 연락이 왔는데, 가게 잘 되고 있냐고 했어. 숙취로 도

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난 일단 안심하라고 했지. 별일 없다고...


그 다음 영업을 할 때, 선배를 만날 수 있었는데, 난 선배에게 물었어.


"둘이 했어?"


"뭘... 임마."


"에이... 했구만... 했네 했어."


"미친놈... 그게 아니야..."


"술 취한 남녀가 단 둘이 있게 되면... 끝난 거 아니야."


"그게 아니라니까..."


선배 말로는 정희연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한 두번 취하지 않았대. 서로 알아 온지가 15년도

더 되는데, 고작 한 두번 취했을까? 정희연이 술을 잘 마시기 때문에 매번 선배가 취해 쓰러

졌는데, 그때마다 정희연이 집에 데려다 줬다고... 대단하지 않아? 여자가?


"진짜 아무일 없었어?"


"새끼 봐라... 씨발 내가 일이 있었으면, 진작 희연이랑 결혼 했겠다."


선배는 내 의심에 대해 굉장히 억울해 하더라. 그래서 나도 믿을 수 밖에 없었지. 아무 일 없

었다는 것을...


"희연이... 그 애는 난공불락이야... 아 그건 그렇고... 오늘도 밥 못 먹겠네... 속이 참..."


자, 여기까지 정희연이 어떤 여자인 줄 알겠지? 이 여자는 아주 중요한 인물이라 차후에 길게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데, 그래도 지금쯤 소개 정도는 필요할 것 같아서..;


정희연과는 아주 짧은 에피소드만 하나만 더 밝히고, 일단 뒤로 미룰거야.

그 에피소드는...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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