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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년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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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07회 작성일 20-01-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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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아주 간단한 에피소드로...


우리 가게에 아주 특이한 손님 한 분이 있었어. 보통은 자정 쯤? 아무리 빨라도 밤 11시에

혼자서 우리 가게에 방문을 했던 손님이었는데, 대략 나이는 50살 전후? 키는 160 중반 정

도였고, 통통한 체격에 머리에는 흰 머리가 절반이었던 것 같네.


그래도 인상은 참 좋았어. 선한 사람이라 그런지, 푸근함이 느껴지는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


이 손님은 우리 가게에 오면 목살을 꼭 2인분을 시켜. 사실 그 손님이 오는 시간은 한가할 때

라 사실 반드시 2인분을 시키지 않아도 되었거든. 바쁘지만 않으면 손님에게 1인분만 팔아도

100원이라도 남으니까.


그래서 보통은 새벽 시간대에 1인분 장사도 많이 했는데, 그 손님은 반드시 2인분을 시켰어.


물론, 혼자서 2인분, 3인분 먹는 사람도 있으니까, 주문을 어떻게 하든 손님 자유지만, 내가

이것을 언급하는 이유는 그 손님이 굉장히 특이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야.


그 손님은 항상 우리 가게에 똑같은 자리에 앉았어. 구석 창가쪽의 자리가 있었는데, 반드시

그 자리에 앉았어. 그리고 고기를 2인분 시키고, 소주 1병을 시키는데, 반드시 소주잔도 2잔

을 줘야 했어.


처음에는 일행이 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아무도 없는 자신의 맞은 편 자

리에 젓가락을 놔두고,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 놓아. 그리고 고기를 구우며 소주를 마시는데,

진짜 이상한 건, 2인분을 시켜서 꼭 절반은 구운 체로 남긴다는 거였어.


그렇게 1시간 동안 천천히 소주 1병을 마시고, 고기를 절반만 먹고 계산을 하던 그 손님, 선배

에게 물어보니까, 자기가 처음 장사할 때부터 항상 똑같은 자리에서 그 행동을 반복했다는 거야.


선배 말로는 친근하게 다가가서 술 한 잔이라도 따라 주려고 하면,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면서 

괜찮다고 해서, 그 뒤로는 크게 신경 안 썼다고... 뭐... 자주 오는 손님은 아니었으니까. 계산 잘

하고 매너 있게 행동하면 가면 그만이니까.


내가 가게 일을 배울 때는 주방에 있던 날도 많아서 그 손님의 존재를 몰랐는데, 내가 운영을 하

면서 그 특이한 손님이 내 눈에 들어오더라. 


처음에는 '혼자 먹는 게 어색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아무래도 혼자 밥 먹거나, 고기를

굽거나, 그런 것이 아직까지는 어색해 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런데, 또 항상 일관적인 행동을 보면 그게 아닌 것 같고, 우리 알바생들에게도 참 미스테리한

손님이었지.


그 특이한 손님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우리 가게를 방문했는데, 어느 날은 자정이 넘어서 왔는데,

항상 앉던 자리에 손님이 있으니까, 머쓱하게 웃으면서 그냥 가게를 나가더라.


왜 꼭 그 자리에 앉아야만 하는 건가? 궁금하더라.


며칠이 지나고, 그 손님이 다시 찾았어. 다행히 그 손님이 앉아야 할 자리가 비어 있더라고. 언제

나 처럼 목살 2인 분에 소주 한 병을 시키더니, 자신의 맞은 편에 젓가락을 두고, 또 소주잔에 소

주를 채워서 놓더라.


유흥의 거리에서 하도 미친놈을 많이 봐서, 저 아저씨도 미친놈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러기에는 인상이 너무나 부드럽고 좋았으니까. 무슨 사연이 있나 싶었지. 나 역시 선배와 마찬가

지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특이한 손님에게 다가가니까, 마냥 웃는 얼굴로 쳐다볼 뿐, 딱히 말이

많지는 않았어.


그래서 나 역시 선배와 마찬가지로 특이한 손님에게 관심을 꺼야 했는데, 그래도 내 오지랖에 한

마디는 남겼지.


"혹시 그 자리에 꼭 앉으셔야만 하면, 미리 연락 주세요."


그렇게 그 손님에게 내 연락처를 남겼어.


"고맙습니다."


정말 사람 좋은 얼굴로 고개 숙여 내게 인사하더라. 나이가 못해도 나보다 15살 이상은 많은 것 같

은데 말이야. 예의가 바른 사람이었지.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한 달에 한 번 정도씩 그 손님이 내게 연락을 하더라. 1시간 뒤에 갈 테니, 자

리 좀 맡아달라면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 그렇게 서비스 해드렸지.


그 손님은 가게에 오면 나를 향해 항상 고맙다고 했어. 그럴수록 난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그

손님이 그 자리만 고집을 하는 건가 궁금하더라. 그런데 정작 장사를 시작했던, 선배도 모르는데, 손

님이 입을 열지 않는 이상 어떻게 알겠어.


그렇게 다시 몇 달이 지났던 것 같아. 그 손님이 여느 날처럼 목살 2인분을 시켜서 1시간 정도 소주

1병을 마시고, 고기는 절반 남겼지. 매번 보던 일이라 이제는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


"아... 미안해요."


계산을 향해 카운터로 온 그 손님이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더라. 지갑이 없어졌대. 자기 안 가져온 것

같다고 하드라. 가끔 손님 중에 이런 경우가 있거든. 대부분 먹튀지. 그런데 그 손님이야 자주 오지는

않지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잖아.


"그러면...다음에 주세요."


"어... 어떡해요. 미안해요."


연신 미안하다는 그 손님에게 괜찮다고, 또 괜찮다고 말을 했었지. 그렇게 손님이 가게를 나가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지갑이 없는데 집은 어떻게 간다는 거야? 운전을 하고 가는 거라면, 술을 마

셨으니 대리라도 불러야 하잖아.


"손님."


"네."


"집에 어떻게 가시려고..."


"차 가지고... 아... 대리...."


그제야 그 손님도 자신이 난감한 상황에 빠진 걸 알게 되었지. 카톡 대리운전으로 모바일 결제 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땐 나도 그건 몰랐거든 ㅎ 내가 지갑에서 2만원을 꺼내서 그 손님께 건넸어. 나중

에 갚으라고... 그러니까 그 손님이 연신 다시 고맙다고 하더라.


가만 보면, 참 나도 오지랖이 넓어.

그런데 그 2만원이 나중에 큰 기회로 다가 올줄은 나도 몰랐지. 그때는...


그 손님을 그렇게 보내고 우리는 계속 영업을 이어갔어. 그리고 마감을 할 때, 테이블 밑에서 지갑을

하나 주웠는데, 신분증을 보니까, 아까 그 특이한 손님 꺼더라. 휴지통에 떨어뜨려서 못 찾았나 봐.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던 게 있어 연락처는 알고 있었지만, 시간이 늦어서 일단 연락은 차후에 하기

로 했어. 그런데 내가 그 지갑을 카운터 서랍에 넣어 놓고 한 이틀은 깜빡을 했네. 물론, 그 사이에 그

손님이 결제를 하거나, 내 돈을 갚으로 가게를 찾지 않았고,


그렇게 이틀의 시간을 보내고나서, 그 지갑의 존재를 인식한 거야. 그래서 바로 그 손님에게 연락을

했는데, 목소리만 들어도 너무나 기뻐하더라. 당장 달려온다고 너무나 고맙다고 계속 감사 인사를

했었지.


진짜 1시간도 안 되어서 그 손님이 우리 가게를 찾았어. 지갑을 찾고 얼마나 감격스러워 하던지...

난 도통 이해가 안 되었지. 카드 잊어버리고 그러면 귀찮긴 하더라도 신고하면 그만이고, 현금이야

조금 속은 쓰릴테지만,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잖아.


"사장님... 미안해요. 제가 이 지갑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괜찮습니다."


"그때 계산 못한 거... 지금 할게요."


그 손님은 외상 금액을 결제하고, 내 돈 2만원을 갚았으며, 그렇게 고맙다, 미안하다를 반복하며

내게 인사를 하더라. 그리고 아주아주 기뻐하며 가게를 떠났지.


한 달 정도 지났고, 그 손님이 우리 가게를 찾았어. 언제나처럼 또 같은 행동을 반복했지. 여기서

도저히 난 참을 수 없었어. 이번에는 내가 도움 준 것도 있으니까, 확실하게 궁금증을 해결하자고

결심했지.


"무슨 사연이 있는 건가요?"


난 내가 궁금한 사항들에 대해서 그 손님에게 물었는데, 이전과는 다르게 입을 다물지는 않았어.

오히려 소주 한 병을 더 시키면서, 나에게 한 잔 따라주더라. 많이 보던 모습이지? 난 그렇게 그

특이한 손님과 소주 한 병을 나눠 마시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


그 손님이 20년 전 쯤에 우리 가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 살았대. 그리고 나름 작게 사업

을 시작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하기에는 곤란한 이유가 있는데, 어찌됐든 유통 배달업이었어.


아내와 함께 정말 고생을 했지만, 조금씩 사정이 나아졌다고 했어. 그때 한 달에 한 번씩 부부끼리

곱창 볶음에 소주 한 잔씩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하더라. 그때가 정말 행복했대.


눈치 챈 사람은 챘을테지만, 그 곱창집이 바로 우리 가게였던 거야. 그 사이에 치킨 집, 족발 집,

고깃집 이렇게 여러번 업종이 변했는데, 그 손님과 아내는 항상 주기적으로 가게를 찾았대.


물론, 업종이 바뀌면, 인테리어가 변하니까, 아예 똑같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옛날 생

각하면서 그렇게 제일 비슷한 자리에 앉아서 추억도 되살리고, 행복도 느끼고, 그랬다고 하더라.


이쯤 들으니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어. 이거 누가 봐도 이제는 그 손님 아내가 없다는 거잖아.


10년 전에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었다고 했어. 사업도 그 사이에 많이 나아졌는데, 이제는 좀 편할

수 있는데, 고생만 한 아내는 그렇게 하늘 나라로 가버렸대. 그래서 그 뒤로는 한 달에 한 번씩 자기

혼자 부부의 추억이 깃든 가게를 찾아, 항상 그 자리에서 항상 그랬던 것처럼 소주 한 잔을 마신다

는 거야. 


그제야 모든 게 이해가 되더라. 고기도 2인 분, 빈 자리에서 소주 한 잔, 그리고 젓가락... 듣고 있

으니 무슨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기분이 좀 묘하더라.


"그래서...사장님이 고마워요."


"네?"


"제 지갑이요."


그 지갑은 굉장히 낡았는데, 결혼 10주 년때 아내가 사 준 지갑이었다고 하더라. 그리고 더 의미가

있는 건, 열심히 살다 보니까, 아내 사진이 많이 없다고 했어. 몇 장 남은 게 없는데, 그 중 하나가 그

지갑 속에 있었다고... 꺼내서 나를 보여주네.


"예쁘죠?"


"네..."


"그렇게 고생만 하다가... 이 예쁜 얼굴 다 망가뜨리고...그렇게 가버렸어요."


꽤나 슬픈이야기야. 그렇지? 그런데 그 손님은 항상 웃는 얼굴이었어. 자기 말로는 아내가 세상을

떠날 때 너무 많이 울어서, 어지간해서는 눈물도, 울음도 나오지는 않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억지로

웃으면서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까, 지금 이렇게 웃는상이 되었다고...


"대단하시네요."


"에이구... 쑥스럽네요... 나이 먹고... 주책 같기도 하고..."


"주책은요. 진짜 많이 배웠습니다."


무언가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참 배웠던 시간이었던 것 같네. 그 손님은 내게 속내를 털어 놨잖아.

그 뒤로도 한 달에 한 번씩 나에게 미리 연락을 한 후 가게에 왔었어. 그리고 언제나처럼 목살 2인분

에 소주 1병을 시켰는데,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손님이 오면 내가 소주 1병을 들고 그 분에게 다가 갔다는 거야. 그냥

그 손님과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주 한 잔을 기울였지. 물론, 내가 알고보니까, 17살이

나 어리더라고. 그래서 주로 듣는 입장이었어. 나름 배울 게 많다고 생각했으니까.


"오늘도 즐거웠어요."


"뭘요... 제가 많이 배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보는 사이였지만, 나이를 떠나서 친구가 되어버렸지.

인생 친구 말이야...


이야기 재밌었나? 좀 지루했나?

하... 그 뒷이야기가 있는데 들어볼텨?


나랑 친구가 되어버린, 그 손님이 누군인 줄 알아? 모르겠지?


그 손님이 지금 내 직장 사장이야.

혹시 기억나? 내가 외숙모에 대해 글을  쓸 때, 갑자기 가게를 접어버리고 백수가 되었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 백수 생활은 결코 길지 않았다고 했을거야. 한 달도 안 갔을테니까.


우리 사장님이 일이 있어서 가게 주변을 찾아 왔는데, 갑자기 우리 가게가 사라져서 깜짝 놀

랐다고 했어. 그래서 나에게 바로 연락을 했대. 무슨 일 있냐고 하면서...


뭐, 그래서 이리저리 되어서 백수가 되었다고 하니까, 그 날 바로 술 한 잔 먹자고 하더니, 

자기랑 일해 볼 생각이 없냐고 하더라. 나야 당장 급하니까, 오케이 했지.


월급이야 바지 사장할 때 1천만원씩 받았으니, 그게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복지

도 좋고, 페이도 괜찮은 편이야.


그러니 몰래몰래 근무 시간에 이런 글도 쓸 수 있는 거지 뭐.. 하...

사장님이 사람 좋아서, 인간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고 말이야.


마지막으로 하나 이야기 하자면,

지금 우리 가게 자리가 지금 초밥집으로 변해 있어. 


당연히 우리 사장님, 한 달에 한 번씩 초밥집을 찾고 있어.

그리고 그 사실은 우리 회사에서 나밖에 알지 못하고...;;


그럼... 이번 이야기는 이만 마치도록... 할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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