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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상복을 입은채 머리채를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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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32회 작성일 20-01-1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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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네이트 판 안녕하세요.
요즘 하루가 참 깁니다.
제 답답한 마음을 어찌 말로 다 하겠냐만은.. 너무 답답하여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지난 10개월 동안 교모세포종이라는 악성 뇌종양과 싸우셨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어머니, 저, 남동생이 번갈아가며 간병했구요.
몸도 가누지 못하시고, 그 목소리 크시던 분이 말씀 한 마디 못하시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하셨던 그 모습. 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그 10개월의 시간 동안, 저희 가족..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집안의 기둥인 가장이 그렇게 무너지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더군요.
그치만 저희는 힘을 합쳐서 아버지의 회복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희 할머니.. 당신 배 아프게 낳은 자식이 아프다는데도..
모진 소리, 독한 소리 저희에게 많이 하셨습니다.
어차피 갈 사람 같으면.. 약도 줄여라. 병원비도 줄여라. 비타민, 영양제도 맞지 마라.....
멀쩡히 살아 계시는 분의 수의를 당신 손으로 하시겠다 하시더니
자식 수의는 하는게 아니란다. 늬들이 해라. 하시고..
상조는 들었냐.. 하시고.
마지막에 중환자실에 산소 호흡기 한 저희 아버지.. 산소도 줄이라 명하시고
간호사들에게도 요청하셨다 합니다.
물론 그 말씀을 따르지 않았지만. 할머니가 하신 말씀 다 적으려면 끝도 없습니다.
작년에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 장례 모실 때에도 상복도 안 입으셨던 분입니다.
아버지 누워 계실 때, 저희 어머니께서 아버지께..
"당신 어머니 얼마나 독한지 잘 알지?" 하시니 끄덕끄덕 하십니다.
마음이 어찌나 아프던지요.
"그러니까 당신 걱정이나 하고, 얼른 일어나요." 라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니 씨익 웃으셨습니다.
삼형제 중 장남인 우리 아버지를 위해 아버지 형제분들 중 그 누구도 교대 한 번 해주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도와준 분 없었지만. 저희 힘으로 열심히 하루하루를 버티고 살았습니다.
결국 아버지께서는 뇌암이 재발했고, 10월 31일 새벽. 돌아가셨습니다.
주변의 인망이 두터웠던 우리 아버지..
장례식장에 어찌나 조문객이 많은지.. 근조화환은 놓을 자리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몸은 힘들어도 그저 감사한 마음 뿐이었지요.
그러나 아버지의 형제들, 제수씨들, 심지어 제게는 할머니지만 우리 아버지의 하나뿐인 어머니.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작은 어머니들과 사촌 동생들은 상복도 입지 않았고요.
그저 본인들 손님이나 오면 얼굴이나 비추는 정도였죠.
작은 아버지들께서는 심지어 본인 손님들 오면 저보고 식사라도 챙겨드려라 하십니다.
숙모들은 전부 부의함 앞에 앉아서 쉬고 계시고, 팔짱끼고 복도를 왔다갔다 하시는 데도요.
하지만 저희들이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할 수 없었기에
상복을 입고서 바삐 뛰어다니며.. 그렇게 3일을 보냈습니다.
물론 3일장을 지내는 동안 힘든 시간들이었고,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우리가 이렇게 고생할 수록 고인이 좋은 곳에 가시는 거라고.
그 말 한마디로 힘을 내어 아버지를 잘 모셨습니다.
그리고 입관식, 아버지의 봉안함을 양지바른 선산 납골당에 안치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더군요. 아버지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 믿었습니다.
서론이 무척 길었네요..
문제는, 장지에 다녀온 후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시작됩니다.
같이 장지까지 가주셨던 감사한 분들께 인사 드리고, 보내고 나니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오신 분들 명단이랑 부의금을 얼마씩 하셨는지 확인 하셔야겠답니다.
저희 가족.. 3일 동안 잠 한 숨 제대로 못 자고 힘들었습니다.
몇 백개 되는 봉투.. 정리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급하게 부랴부랴 대충 적어서 장례비 정산하고 나니, 사실 남은 돈도 얼마 안됩니다.
물론, 와 주신 분들 다 너무 감사하고.. 정리해야하는 것 맞지만. 그게 그렇게 급하고 중요한 건지..
그 동안 고생 많았다. 애썼다.. 장례 모시느라 힘들었지? 하고 손 한 번 잡아주시길 바랐으나..
돈 얘기만 하시는 할머니의 얼굴을 뵈니.. 참 기가 막히더라구요.
그래서 어떤 분이 궁금하신 거냐고, 지금 그럼 얼른 꺼내서 보여드리겠다고 하니
그저 저희 집으로 가시잡니다. 가서 누가 왔는지, 얼마를 했는지 본인 눈으로 보신답니다.
그래서 지금 저희가 그럴 정신이 없으니, 하루 이틀 내에 정리해서 보내드리겠다.. 말씀 드리니
당장 해야된다고 안 된답니다.
어쩌면 당신 아들 장례 모시고 나서 그런 소리만을 하시는지.. 이해도 안될 뿐 더러
손녀, 손자들 앞에서 그렇게 고래고래 고함 치시고, 난리칠 일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저희 3일동안 고생하고, 집에까지 할머니 모셔서 챙겨드릴 여력도 없고.
10개월 동안 아버지 간병하면서 집도 엉망이고..
분명 오시면 집 안 구석구석 다 들춰보고, 열어보실 할머니를 알기에.
그냥 거기서 마무리 하고 싶었습니다.
도란도란 앉아서 누가 왔네, 누가 얼마를 했네. 같이 사이좋게 적어가며 그 작업을 할 만큼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저... 우리 아버지 아프실 동안 할머니가 하셨던 모진 말씀들.. 하나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절대로 할머니를 저희 집으로 모시기 싫었습니다.
언젠가 오실 일이 있더라도. 그게 지금은 아니길 바랐습니다.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온 것 만으로도 힘들고 가슴아픈데.
대체 그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펑펑 울면서 할머니 마지막까지 정말 왜 이러세요. 아버지 좋은 곳에 잘 모시고 왔는데.
도대체 왜 그러세요.. 그게 지금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저희 지금 너무 힘들어요.. 했지만
더 큰 고함만이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돈 얘기만을 하시는 저희 할머니 앞에
저희 어머니께서는 실신 직전까지 가셔서 길바닥에 쓰러져 우시고..
처음엔 말리던 작은 아버지, 어머니들은 어느 새 말리는 것도 포기하셨지요.
저희 아버지 살아 계셨을 땐,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할머니께서 핸드백을 바닥에 내팽겨치고, 당신 아들들 보고 너네들은 가라! 하며 두들겨 패도
작은 아버지들은 두 분 다 맞고 서 계시기만 합니다.
작은 아버지들은 꿀먹은 벙어리 마냥 아무 말씀 없으시고.
작은 어머니들은 본인들 차에 조카들과 대피 했습니다.
할머니는 왜 나를 니네 집에 못 가게 하냐, 금송아지라도 모셔놨냐? 집을 옥으로 발라놨냐?
모진 소리를 하시며 더 큰 소리를 치십니다.
나 아니었으면 장례 못 치뤘다! 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는데.
더이상 대화도 통하지 않고, 그저 무조건 본인이 원하는대로 해주기만을 바라십니다.
저희 아버지 인덕으로 모신 장례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아버지 뵙고자 오신 분들입니다.
부의금이 뭐가 그렇게 궁금하신지.. 저희가 안 보여드린다고 한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뭐가 그렇게.....
그래서 얼른 차에 가서 봉투들과 방명록을 가지고 와서 할머니께 드렸습니다.
꺼내지 못한 부의금도 안에 다 있지만, 다 가져가시라고. 원하는게 이거면 다 가져가셔도 좋다고!
그러니까 싫다십니다. 그냥 저희 집에 가서 저희 엄마와 확인할 거라고 합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실랑이 하다 보니, 장례식장 직원이 제게 옵니다.
밖에 나가서 이러한 일들을 요약해서 말씀드리니 한숨만 푹 쉬십니다.
그리고 그 직원분과 같이 로비에 앉아계신 할머니께 가서
방을 하나 드릴테니, 여기서 정리하시고 가시는 게 어떠시냐, 제안 했으나.
아니랍니다. 저희 집으로 가서 해야된답니다.
직원에게도 나 내쫒을거냐고 소리를 치십니다.
다른 빈소에서는 끊임없이 클레임이 들어옵니다...
저는 거기 계신 분들께 거듭 죄송하다 말씀 드리며, 울면서 어머니를 부축하며
장례식장을 나섰습니다.
저희가 나오니 모두가 밖에 나왔습니다.
언성을 높이시던 우리 할머니, 나긋나긋하게 말씀 하십니다.
"긍게.. 집에 가서 이것만 쪼까 정리하고 나는 갈랑게.. 잉?"
저희를 회유했다가, 화냈다가 난리도 아니십니다.
결국 저는 입 밖에 내뱉지 않으려던 말들을 했습니다.
약 줄이라, 병원비 줄이라 하셨던 그 모진 말씀들 하시지 않으셨냐고!
우리는 어떻게든 우리 아빠 살려보려고 애썼는데! 어떻게 마지막까지 이러시냐고..
멀쩡히 살아계시는 우리 아빠 수의 얘기부터 하시고!
산소 호흡기 산소 줄이라고 하시고! 그래서 저 할머니 저희 집에 모시기 싫어요!
울며 불며 소리쳤습니다.
우느라 시야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제 머리카락이 확 잡히고, 이내 풀어집니다.
남동생이 제 앞을 막아 섰습니다.
"그래서! 내가 니 애비 죽였냐???????????" 하며 역정을 내시는 할머니를 제 동생이 잡습니다.
저는 작은 아버지들께 죄송하다고, 제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고 소리치며 엉엉 울었습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고요함 속에 제 울음소리만 멀리 퍼졌습니다.
저희 어머니만 졸졸 쫒아다니며 괴롭히는 할머니를 두고 엄마가 차 키를 들고 차로 뛰셨습니다.
저랑 제 동생은 방명록과 봉투들을 들고 같이 뛰었습니다.
그렇게 집으로 도망치듯 빠져나왔습니다.
어찌나 무섭던지요.
저희를 노려보시던 작은 아버지, 할머니의 눈을 저는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서 살아 계셨다면.. 이런 수모를 당했을지.. 한스럽기만 합니다.
집에 와서 씻고, 멍하게 있다가, 조금이나마 잠을 청하고..
어제 아침이 되었지요.
그러나 여느 아침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조문 와 주신 분들께 어려운 걸음 해주신 덕분에 잘 모셨다고.
감사하다는 문자를 일괄적으로 보내셨습니다.
바로 작은 어머니께 답장이 왔습니다.
어머니께서 한참을 들여다 보십니다.
그러더니 저를 부르시고, 이게 무슨 말인지 물으십니다.
해당 문자를 캡쳐했습니다.
저희 엄마께서 감사문자를 어떻게 했길래 저런 문자가 오냐는 분이 계셔서
단체문자를 뒤늦게 캡쳐하여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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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저희 어머니를 욕하는 문자를 잘못 보낸듯 합니다.
저희가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뭐가 그렇게 불만이십니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저희 가족에게.....
휴..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습니다.
앞에서는 형님이 참으시라, 저희 어머니 챙기는 듯 하더니.
저런 문자를 보내놓고 아직까지 답도 없습니다.
아버지 사촌 형제들이나 다른 친척들은 다 연락와도.
작은 아버지네 가족들은 아무도 연락이 없습니다.
7년동안 아버지 동생 중 한 분은 우리집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생활비 한 푼 안내시고
같이 살았는데도. 저희 아버지 생전에 형님이 한게 뭐 있냐며 큰 소리 치시는 통에
저희 아버지 집에서 술 드실 때마다 힘들어하셨지요.
그런 분들께 뭐 바라는게 있겠냐만은.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작년에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세 아들이 유산 상속 포기하고
전부 할머니 명의로 바꿔서 힘을 실어준 게, 이 사단이 날 줄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돈 앞에 장사 없는지.. 작은 아버지들은 그런 할머니 앞에서 찍소리도 못내십니다.
참으로 막막한 하루하루 입니다.
글로 이렇게 풀어 내니, 그래도 조금은 후련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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