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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때리는 영민이 - 1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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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532회 작성일 20-01-1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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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술을 꽤나 마셔서 그런지 영민은 집에 가는 도중에 몇 번이나 필름이 끊기려는 걸 민영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에 풀썩 쓰러졌는데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그것이 영민이 기억하는

자기 전의 마지막 기억이였다.



한참을 정신없이 자던 영민은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에 잠이 깨 비몽사몽간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뭐야? 아직 자??"



"아직? 몇 신데...나 피곤해.."



"피곤은~~~ 야!! 시간이 11시야~ 오늘 영화 보러 가기로 했잖아"



"영화? 아..맞다.. 몇 시 영환데?"



"몇 시긴 1시 영화지"



"뭐??!!! 야~ 근데 왜 이제서 깨워"



"얘 봐라... 황당하네;; 내가 전화 몇 통 했는지 나랑 전화 끊고 확인 좀 해보시지~"



"그...그래..?!"



"그래~ 얼른 준비해~"



"어어.."



전화가 끊어지고 휴대폰을 확인하니 부재 중 전화가 10통이나 와 있었다. 당연히 모두 민영이의 전화였다.



"헐..;; 완전 정신놓고 잤구만.. 얼레..근데 옷차림이?"



어제 분명 그대로 엎어져 잤는거 같았는데 난 팬티만 입고 있었다.



"민영이가 벗겼나.. 아~ 몰라~!! 얼른 준비해야겠다"



영민은 대충 입만 헹구고 나와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꺼내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바로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아직도 약간 정신이 멍했는데 샤워를 하고 나오자 영민은 이제 좀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흠.. 뭐 입지~ 민영이랑 복학하고 첫 데이튼데~"



비록 영민의 옷장엔 몇 벌의 옷이 없었지만 영민은 그 중에 가장 괜찮아 보이는 남방과 청바지를 꺼내 입고

머리를 손질했다.



"뭐..나쁘진 않네~ 그래도 옷은 좀 사야겠군.."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영민은 서둘러 가방을 챙겨 들고 민영과의 약속 장소로 나갔다.

영화관에 도착하니 12시 반.. 영민은 민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도착했어?"



"어~ 방금 어디야??"



"여기~ 팝콘 파는데~"



"어~ 보인다"



딱 붙는 스키니진에 하늘거리는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나온 민영의 서 있는 모습이 영민의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안 늦었네?"



"어~ 완전 초 빨리 했지..ㅎㅎ"



"잘했어~ 뭐 먹을래? 난 팝콘이랑 콜라 정도면 되는데.."



"난 그냥 환타나 먹지 뭐.. 방금 밥 먹어서 팝콘은 그닥.."



"그래~ 그럼 팝콘 하나랑 음료 둘 시킨다"



"어어~"



민영이 주문을 하고 영민은 아직 영화 시작하기 전까지 시간이 남았기에 자리를 잡고 민영이 오기를 기다렸다.



"자~ 먹어"



"으응~ 근데 표는?"



"내가 너냐~;; 이미 집에서 인터넷 예매 하시고 표는 영화관 발권기에서 다 받으셨단다"



"그래 잘했어~ 역시 울 민영이는 똑 부러진다니까~"



"그걸 이제 알았냐? 으구~ 바보팅이.."



"아니~ 이제 안 건 아니구..하핫...;;"



"그럼 됐구~ 몇 분 남았어??"



"이제 십분 정도 남았네"



"그래?? 왜 들어오란 말 안 하지"



"곧 들어오라 그러겠지.."



영민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입장하라는 직원의 목소리가 들리고 영민과 민영은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찾아 앉고 주위를 둘러보니 거의 빈 자리가 하나 없이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주말 오후라 그런가 사람들 무지 많네.."



"그렇지~ 거기다가 개봉한지 1~2일 됐으니깐.."



"그런가..영화 본 사람 있어? 잼있다고 해?"



"아니.. 내 주위엔 아직 없어~ 평론가 평들은 좋던데.."



"평론가들은 원래 박찬욱 영화 좋아하잖어~"



"그런가~ 뭐 하튼 나도 박찬욱 영화 좋아.."



"그러냐.. 난 뭐 아직 박찬욱 영화 제대로 본게 없어서 잘 모르겠다만 왠지 내 취향 아닐듯.."



"아냐~ 봐봐~ 보면 너도 좋아하게 될꺼야~ 박찬욱이 영화를 좀 잘 만들어~"



"그런가.. 보면 알겠지 뭐..."



민영과 신나게 떠드는 동안 광고와 영화 예고편이 지나가고 영화관이 어두워지며 영화가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이제 하나부네~ 아우~~ 광고도 길어요.."



"그래.. 이제 조용하자고~"



"으응~ 알았어.."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민영인 입을 다물고 스크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영민도 그런 민영을 한 번 힐끗 보고는

스크린으로 눈을 돌려 영화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흐음.. 잼있으려나.. 보면 알겠지.."



약간은 어두침침한 분위기.. 그리고 을씨년스러운 배경음악.. 역시나 박찬욱스럽게 영화의 분위기는 상당히

기괴하게 시작하게 하고 있었다.

사전정보를 하나도 보지 않고 간 영민이는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한 장면, 한 장면 놓치지 않으며 보려 애쓰고

있었다. 물론 민영도 영화에 너무 집중하고 있어 말을 시킬 여유도 없었지만..

그러다가 갑자기 나온 남녀배우의 충격적인 배드씬..! 영민은 깜짝 놀라 입이 쩍 벌어지려는 걸 겨우 다물고

화면에 집중했다.



"뭐야!! 김옥빈이 가슴을!! 허걱~ 대박인데..;; 근데 유륜이 되게 크네..ㅎㅎ 신기하군.."



솔직히 꽤나 낯선 장르에 영화를 이해하는게 꽤나 힘들어하던 영민에게 갑작스런 주연 여배우의 노출씬은 꽤나

눈을 즐겁게 해줘 다시 영화 보는걸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노출씬이 처음에야 놀랍지.. 그 다음 몇 번 나오니 그렇게 놀랍지 않았다. 그리고 너무 잔인하게

피가 튀고 난무하는 장면들은 영민에게 오히려 영화에 대한 혐오감을 들게 만들고 있었다.



"어우~ 뭐야;; 완전 피가 팍팍!! 난 쏘우같은거 딱 싫은데..."



옆을 보자 민영은 그런 영화가 뭐가 그리 잼있는지 거의 넋을 놓고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런게 잼있나...;; 난 영 취향 아닌듯...."



그렇게 정신없이 2시간이 넘게 상영된 영화의 러닝타임이 진행되고.. 마지막 씬.. 영민은 엔딩을 보자 허탈감이

강하게 밀려왔다.



"뭐야?? 이게 끝이야.. 참... 뭔가.. 당황.."



영화가 끝이나고 주연배우들의 이름이 올라가자 영화관의 불이 켜지며 사람들은 하나 둘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가며 술렁이는 사람들.. 영민이처럼 영화가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완전 잼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거의 극과 극의 반응들..



"어땠어?"



"몰라.. 난 그냥...뭐..;;"



"왜? 잼없었어?? 난 완전 괜찮았는데!!"



"그래? 난..;; 몰라 영화가 이해도 잘 안되고~ 좀 그냥 그랬어"



"그렇구나~ 다음엔 박찬욱 영화 같이 보러오면 안되겠다.. 너는 영~ 취향이 아닌가보네"



"그르게;; 하핫.."



"뭐~ 어쩔 수 없지~ 우리 밥 먹으러 갈까?"



"그래~ 그러자 밥은 내가 살께"



"뭐 먹지??"



"너가 먹고 싶은거 먹자.."



"흐음.. 나 피자 먹고 싶은데.. 가면 안될까?"



"그래 그러자~ 어디 갈까? 미스터 피자?"



"응~ 좋아~ 헤헤.."



영민은 영화를 보며 느낀 찝찝한 기분을 떨쳐내고 민영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다행히 점심시간이 꽤나

지나서 그런지 안은 그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주문을 하고 잠시 후 피자가 나오고 영민과 민영은 피자를

먹으며 정신없이 영화에 대해서 토론을 했다. 거의 토론이 아닌.. 민영 혼자 일방적으로 하는 얘기를 민영이

듣는 상황이였지만..

영민은 민영의 얘기를 듣자 어느 정도 영화에 대해서 이해가 되는 듯 했지만.. 그래도 완벽히 영화에 대해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민영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왠지 박찬욱의 영화는 영민의 취향이 아니라는 것만 더욱 더

굳어져갈뿐..



점심을 다 먹고 나와 영민은 민영과 함께 근처의 아울렛 매장에 가서 신발과 티셔츠 몇 개를 사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오늘 즐거웠어?"



"으응~ 잼있었어..히힛.."



"잼있었다니 다행이다.."



"울 자기는 잼있었오??"



"응~ 나두 잼있었어~ 어! 버스 왔다~ 얼른 가봐"



"그러네.. 아쉽다.. 좀 더 같이 있고 싶은데.."



"얼른 들어가~ 레포트 쓸 것도 있다며.."



"그래.. 알았어~ 들어가서 연락할께"



"으응~"



영민은 민영이 버스를 타는 모습을 보고 천천히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아~ 피곤하네... 조금 돌아다녔다고.. 어라~ 누구지?"



그 때 영민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가을이의 전화였다.



"어~ 가을아"



"선배 어디세요??"



"지금? 잠깐 영화 본다고 밖에 나와 있는데.."



"그러세요? 흠.. 그럼 안되겠네.."



"왜??"



"원룸 이사했는데.. 애들이 다 레포트 쓰고 약속 있다고 바쁘다 그래서요..ㅜㅜ 혼자 짐 옮기는데 죽겠어요~"



"그래?? 어딘데??"



"학교 근처 원룸 많은 곳 있잖아요.. 학교에서 지하철 역 두 군데 정도.."



"어?? 정말? 나 거기 사는데..;; 지금 집에 들어가려는 중인데.."



"진짜요?? 그럼 좀 도와주세요..;; 너무 힘들어요~~~~~"



"그래~ 알았어~ 하고 있어봐 나 지금 지하철 타고 가서 근처 가면 연락할께"



"네!! 고마워요~ 선배!!"



영민은 서둘러 지하철역으로 뛰어가 지하철을 탔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급하게 가야만 할 것 같았다.

지하철역에 내려 가을이에게 전화를 내려 전화를 거니 가을이가 새로 옮긴 원룸은 영민의 원룸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가을이가 말해준 원룸 앞에 도착해 비밀번호를 누르고 3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잔뜩 놓여있는 짐들이 보이고 끙끙 대며 짐을 옮기는 가을이의 모습도 보였다.



"가을아~"



"어! 선배~~~~ㅜㅜ 저 죽겠어요"



"그래~ 어우~ 땀 봐라;; 내가 얼른 도와줄께"



영민은 일단 자신의 앞에 있는 짐부터 시작해 가을이가 말해주는 곳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짐.. 여자라 그런지 짐들이 정말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거의 영민이가 처음 서울에 올라올 때 가지고 오고

샀던 짐들보다 2~3배는 많은 것 같았다. 그래도 3~4시간 가까이 짐을 치우니 어느 정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짐들을 다 치우고 보니 9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후아.. 드디어 다 치웠네.."



"그러게요..아우~ 힘들어;; 내일 몸살 나는거 아닌가 몰라.."



"그러게~ 나야 괜찮다만..."



"아니에요~ 선배 고생 많이 하셨어요~ 완전 고마워요!!"



"아니야..고생은 뭘..."



영민은 옆에 조금 남아 있는 김빠진 맥주캔을 마저 입에 털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시게요??"



"어~ 가야지~ 벌써 10시가 다 돼가는데"



"흠.."



"왜? 아쉬워??"



"아뇨~~ 그냥 저녁도 대충 짜장면 밖에 못 사주고.. 제가 죄송해서 그러죠~"



"아니야~ 미안하긴 뭘~~ 나중에 정 미안하면 너가 근사한 점심 쏘든가~"



"알았어요!! 그럼 제가 내일 점심 쏠께요!! 괜찮죠?"



"그래~ 뭐 나쁘지 않네"



"그럼 제가 요 앞에까지만 바래다 드릴께요"



"괜찮은데..."



"아니에요~ 그래야 제 맘이 편할 거 같아요~"



"그래.. 그러자.."



영민과 가을인 함께 걸어나와 영민의 집까지 가는 길 중간 지점까지 함께 걸어갔다.



"이제 저녁되니까 시원하네.. 바람이 불어서 그런가.."



"그러게요~ 오늘 근데 민영선배랑 데이트 하신거에요??"



"어~ 영화보고 그랬지 뭐.."



"그렇구나..영화 보고 또 뭐했어요???"



"그냥 영화 보고 밥 먹고.. 옷 사...아!! 맞다!! 내 옷!"



"옷이요??"



"어~ 내 정신 좀 봐;; 너네 집에 옷 놔두고 왔나부다"



"진짜요?? 그럼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세요~ 제가 갔다올께요"



"아냐~ 내가 갈께"



"아니에요~ 금방 올께요~~ 기다려요 선배~"



"가을아~"



하지만 영민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이미 가을인 저만치 멀리 뛰어가고 있었다.



"완전 빠르네.."



영민이 민영과 몇 통의 문자를 주고 받는 사이에 가을이가 저 멀리서 영민을 향해 뛰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아..하아...힘들어~"



"천천히 걸어와도 되는데.."



"이거 맞죠?? 뭐 또 빠진거 있으세요?"



"보자..어~ 맞네.. 고마워~ 나때문에 너가 괜히..;;"



"아니에요~ 오늘 선배 수고 하셨는걸요..헤헷.. 제가 고마워요"



"그래..뭐..별로 도와준 것도 없는데.."



"선배!!"



"으응??"



가을인 영민을 빤하게 바라보다 갑자기 영민에게 다가와 영민의 입술에 뽀뽀를 쪽 했다.



"가...가을아.."



"흐음.. 이건 제 선물이에요.. 선배.."



그대로 뒤돌아 가버리는 가을이의 뒷모습을 영민은 한동안 멍하게 바라봤다.



"뭐...뭐지..."



아직도 느껴지는 가을이의 따뜻한 입술감촉.. 영민이의 휴대폰에선 쉴 새 없이 휴대폰이 울려대고 있었지만..

영민의 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영민을 향해 다가오던 가을이의 모습만이 계속 생각날뿐..



ps. 비가 오면 좀 시원해진다더니.. 대구는 그래도 아직 좀 덥네요...--;; 아니면 저 혼자 더운건지..ㅎㅎ 그래도

그나마 비오고 나니 며칠 전보다는 날씨가 선선해서 좋네요~~ 그럼 좋은 밤 되시고 오늘도 상큼하게 추천, 댓글

날려주시고 나가주시면 감사합니다..^^ 항상 꾸준히 골때리는 영민이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은 정말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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