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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 1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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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869회 작성일 20-01-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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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태기 출발했습니다"

지하실로 내려온 티셔츠 사내가 남은 뒷정리를 지시하는 광길에게 말했다.

"달았어?"

"예. 범퍼 밑에. 눈치 못채게요."

"지피에스 아니겠지?"

"예, 그럼요."

광길이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절대 안돼. 지피에스는. 남아있는거 있으면 다 폐기하고."

"등록 해지하고 다 부쉈습니다."

"좋아."

뭔가 미진한 것은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며 그는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그 씨발 영감태기. 자꾸 집을 바꿔. 귀찮게스리.."

티셔츠 사내는 광길에게서 약간 뒤로 떨어지며 말을 받았다.

"그러게요. 3개월에 한번씩은 바꾸는거 같은데요..눈치가 이상한가부죠?"

"눈치챘을 수도 있고. 근데..원래 그래. 주기적으로 바꾸는거야. 조심스러운 늙은이니까..그러니 오래 사는거야."

광길이 사내들에게 소리쳤다.

"다 됐으면 이제 철수. 각자 맡은 일들 처리하고 이따 9시에 사무실로. 알았냐?"

"예."

사내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광길은 레이온 재질 디스코 남방을 입은 운전수를 가리켰다.

"그럼 너희 둘이 갔다오고. 위치 파악하면 바로 전화해. 둥지하나 봐두면 더 좋고."

"알겠습니다."

운전수와 티셔츠 사내는 밖으로 나갔다.



스타트버튼을 눌러 차에 시동을 걸자 조수석에 앉은 티셔츠 사내는 초코파이 상자만한 새까만 수신장치에 연결된 노트북을 열었다.

"그거 수신거리가 어떻게 된다냐?"

"짧아. 15킬로 정도라는데."

"뭐 그렇게 짧아? 보통 사오십 된다고 하던데."

"그건 HF 수신기고..이건 초단파."

"씨발. 초단파는 또 뭐야."

익숙한 윈도우즈 시작음이 들리며 화면이 밝아졌다.

"요새 전부 지피에스로 바뀌는 추세라 옛날 방식은 구하기 어렵더라고. 겨우 구한게 이거야."

"아, 씨발 크긴 크다. 이거갖고 15킬로 밖에 안된다고?"

"그래. 새끼야. 옛날엔 이것도 첨단장치였을텐데, 응? 말도마라. 이거 컴퓨터랑 연결하느라고 열흘 걸렸다. 내가 한건 아니지만."

"잭만 꽂으면 될텐데 뭐 그리 어려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아요. 무식한 놈아. 니가 이거 가지고 어떤 새끼 쫓아갈려면 저쪽에서 보내주는 수신신호를 하다못해 약도라도 하나 띄워서 거기에 표시해 줘야 되잖아. 어? 그래야 니가 쫓아갈거 아냐. 그거 보고. 그러니 수신신호를 가공할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알겠어?"

"씨발. 그런데 뭐?"

"그런데 그걸 못짜더라고. 프로그래머라는 놈들은 많은데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어, 어째 이 나라는. 여섯 군데나 돌아다녔다는거 아냐."

프로그램이 구동되자 거미줄같은 간선도로까지 표시된 서울시내 지도가 나오고 그 중 한 선에 붉은 점이 깜박이고 있었다.

화면 위쪽엔 그곳까지 거리가 표시되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야?..어..조 앞 사거린가 본데? 야, 출발해봐."

벤츠는 크게 회전하며 샌드위치 패널 프로세싱된 엔진룸을 바닥에 부딪힐 듯 숙였다 띄우면서 길거리로 뛰어나갔다.

"야, 이거 좆나 어렵겠다. 잘못하면 놓치겠는데."

"씨발 지피에스가 편하긴 편한데 말야. 사무실에서 컴퓨터만 켜놓고 있으면 되는데."

"근데 왜 안된다는거야?"

티셔츠 사내는 화면을 콕콕 찍으면서 말했다.

"씨발 놈아. 그거 통신회사에 등록해야 되는거야. 그러니 회사에서 발신표시만 추적해주는게 아니라 수신자도 추적한다구. 지난번에 부이사관인지 뭔지..감사담당관이랬나..하여튼 그런 새끼한테 붙여놨다가 바로 추적들어왔잖아. 잘못했으면 다 죽었어. 그때."



길동애비가 미행이 붙은 것을 확신한건 두어번 동부간선도로를 들락날락하다가 월릉 부근에서 또다시 동부간선도로로 진입했을 때였다.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던 터라 확인차 한번 더 들어간 것이었는데 새로 나온 야동이나 되는양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던 거울 구석으로 꼬리를 밟고있던 차는 어김없이 새까만 라디에이터 그릴을 들이밀었다.

굉장히 조심스럽게 따라오는 놈이라 이런 일에 이력이 난 길동애비도 처음엔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같은 도로를 들락거린다면 그것은 둘 중 하나인 것이 분명하다.

미행을 하거나 미쳤거나.

"사장님 말씀이 맞네요. 꼬리가 붙었어요."

운전수가 말했다.

"저 차 맞지? K5."

"예. 그 새끼들일까요?"

"그렇겠지. 우리가 거기 간거 아는 놈들이..뭐 우리 부른 새끼들 밖에 더 있겠어? 이 육실헐 놈들. 지난 번에도 그러더니. 매번 이러네."

운전수는 1차선으로 바꿔 속도를 올렸다.

"그래도 요새 몇번은 안했잖아요."

"그야 모르지. 우리가 눈치 못챘을 수도 있고."

운전수는 주의 깊게 룸미러를 보았다.

K5는 차 세대 뒤쪽 멀찍이서 차선변경을 하지 않고 따라오고 있었다.

"저거 어떡할까요? 복잡한 데로 갈까요?"

길동애비가 웃었다.

"아니, 저번에 했었잖아. 매번 그러면 사람 우습게 봐요. 발전이 없다고..흠, 이번엔 좀 멀리 데려가자. 어디가 좋을까.."

그는 잠시 유람나온 사람처럼 흘러가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야, 의정부 쪽에서 돌면 중부고속도로 나오지?"

"그렇죠. 외곽순환도로 타면.."

그는 손가락을 부딪혀 딱 하는 소리를 냈다.

"그럼 강릉구경 한번 시켜줘야겠다. 깡패새끼들. 바캉스나 가겠냐? 우리가 시켜줘야지."

운전수가 키들거리며 웃었다.

"기름은 꽉 채웠지?"

"만땅이죠."

"그럼 가자. 요새 남는게 시간이다."



"와..이 영감태기, 진짜 더럽게 의심많네. 쥐새끼야, 뭐야. 쥐구멍 들락거리는 것도 아니고."

깜박이던 빨간 점이 동부간선도로를 뜻하는 검은 선에 겹치자 흘낏흘낏 노트북을 보던 디스코 남방이 투덜댔다.

티셔츠 사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야..씨발, 옛날엔 어땠는줄 아냐? 신호등 앞에서 가만히 있다가 노란불에만 직진을 하는거야. 그것도 씨발 종로에서 계속. 빵빵 거리고 차들이 좆나 난리났었어. 진짜 욕나오더라구. 지피에스 안 쓸땐..그래서 몇번 놓쳤지."

"저 씨발 영감 이번에 또 나가면 갓길에서 그냥 기다려야겠어. 다시 들어올텐데 뭐."

사내는 느리게 진행하는 앞차를 추월하며 중얼거렸다.

"근데 이게..어디로 갈려고 이 짓인가?"



있는대로 볼륨을 올려놓은 450와트짜리 독일제 더블우퍼 스피커가 시트 밑에서 쿵쾅거리는 바람에 벨소리를 듣지 못하던 녀석이 전화가 수신 중임을 알려주기 위해 열나게 빛을 뿌려대는 핸드폰 화면을 눈치채고는 깜짝 놀라서 오디오 소리를 줄였다.

핸드폰엔 부재중 전화가 2건 있었음이 표시되어 있었다.

"예, 형님. 죄송합니다. 못들었어요. 고속도로라..예, 지금 중부타고 내려가고 있어요. 어..여기가..이천 근천데 저 새끼들, 멈출 생각을 안하는데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앞서 달리고 있던 카니발이 강릉 쪽으로 가는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타는 것이 보였다.

"모르겠어요. 최대한 조심스럽게 했는데..아마 강원도 쪽으로 갈건가 본데요. 끝까지 가요? 예,예. 기름요..아직까지는 뭐.. 꽤 있는데요. 알겠습니다. 하여튼 최대한 가 볼께요."

전화를 끊자 녀석은 걸려오는 전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타코미터 앞에 핸드폰을 올려놓고는 값비싸게 튜닝된 파이오니아 데크를 만지작거렸다.

죽었던 소리가 커졌다.



"하여튼 큰 차들은 기름 좆나 먹어요. 벌써 엥꼬나네."

운전수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졸지마, 새끼야."

티셔츠 사내가 날카롭게 말했다.

"이번엔 꽤 오래가는데.."

"이 영감, 벌통을 따더니 벌집을 아예 멀리에다 지었구만."

"뭔 소리야?"

"그런거 아니겠어. 사업장이 발각난걸 안거지,뭐. 그러니 아예 멀리 간거겠지."

운전수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게 뭔짓이야. 매번 숨바꼭질이니..야, 그나저나 다음 휴게소에서 기름 넣어야겠다."

"일단 휴게소까지 속력 내서 거리 좀 줄여놔봐."

하지만 저쪽도 있는 힘껏 달아나고 있는지 좀처럼 거리는 줄어들지 않았고 주유소에 들어간 벤츠가 기름을 다 넣었을땐 약해지던 신호가 사라진 후였다.

"좀 밟아라. 빨리 쫓아가야겠다."

주행선을 타기위해 리어미러를 보면서 운전수가 말했다.

"그래? 카메라 좀 돌려볼까. 한 30만원까지는 괜찮겠지? 지랄하려나?"

티셔츠 사내가 코웃음을 쳤다.

"니 얼굴이나 가려라. 새끼야. 수배 안 떴냐. 직빵이다,너."

악셀을 밟자 알피엠이 뛰어올랐다.

"씨발. 내가 얼굴 가려야 할 정도면 넌 가면쓰고 다녀야 돼."



길동애비는 계획대로 강릉까지 내쳐 달려갔다.

강릉 톨게이트에서 하이패스가 장착된 길동애비는 요금정산소를 그냥 통과했고 뒤이어 녀석이 탄 K5는 일반차량 줄에서 요금을 정산하기 위해 잠시 정차했다.

"야, 여기서 유턴해."

요금소를 지나 내리막길을 내려가며 크게 굽은 길에 접어들자 요금을 정산하느라 잠시 정차한 K5가 굽이에 가려 사라지고 중앙분리대 대신 세워놓은 빨간 통들이 끊겨진 곳에서 길동애비가 운전수에게 말했다.

차는 재빨리 반대차선으로 꺾어들어갔다.

마주오던 차가 당황하며 속도를 줄이는 것이 보였다.

길동애비의 차가 갓길 쪽으로 붙어 톨게이트로 다가가자 K5가 속도를 내며 강릉 쪽으로 가는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녀석이 반대쪽으로 올라가는 그들을 보았어도 더이상 쫓을 여력은 없었을 것이다.

아까부터 K5에는 주유를 요구하는 주황색 경고등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티셔츠 사내의 노트북에 잡히다 말다 하던 붉은 신호가 다시 잡힌 것은 대관령 안쪽의 고속도로를 타고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신호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고 멈춰 있는 듯이 보였다.

"야, 이 근처에 있는 거 같다."

그러나 최초 신호가 잡힌 이후 거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 근처 어디에 서있나 본데?..휴게실인가? 속도 좀 줄여봐봐."

그러나 벤츠가 속도를 줄여도 거리계는 계속 빠르게 줄어들었다.

"이쪽으로 오는건가?"

티셔츠 사내가 운전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벤츠를 아예 갓길 쪽으로 집어넣어 굼벵이처럼 몰고 있었다.

거리계는 발신장치가 불과 몇 백미터 앞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리둥절해진 운전수가 건너편 차선을 보았을때 그들이 찾던 카니발이 중앙분리대 너머에서 달려와 맹렬하게 그들을 지나치는 것이 보였다.

"아. 씨발."

운전수가 소리질렀다.

"야, 여기서 못돌리나?"

"여기서 어떻게 돌려. 강릉까지 가야지."

티셔츠 사내가 발을 굴렀다.

"그러게 빨리 달리랬잖아. 새끼야."

"뭐, 씨발. 너두 봐놓고서네. 내내 백 사오십킬로로 달리는 거. 차라리 비행기를 빌리지 그랬냐."

티셔츠 사내는 운전수를 노려보다가 욕을 내뱉고는 뒤로 몸을 기댔다.

"좆됐어. 임마."

그들이 강릉 인터체인지에서 차를 돌려 다시 대관령으로 나왔을때 물론 신호는 이미 간데 없었다.

그리고 서울까지 올라오는 동안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길동애비는 이미 남양주로 들어가 축령산 계곡 속으로 숨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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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샌드백을 치고 있는 광길 옆에 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

실내엔 창문이 없었다.

먼지나 땀냄새를 빼는 환기구가 천정에 몇 개 박혀있었고 졸라톤으로 시공된 직사각형 공간 중 긴 벽쪽에는 벽면 전체에 걸쳐 거울이 부착되어 있었다.

거울 속에는 비서처럼 조용히 수건을 들고 있는 그녀와 펀칭백을 두들기는 그의 모습이 스크린처럼 비치고 있었다.

마치 체육관을 방으로 개조한 모습이다.

얼마간 살아본 그녀도 잘 알고 있듯이 이 방안에 서 있으면 저 거울을 피할 곳은 없었다.

어느 곳에서나 보기싫어도 자기의 전신을 보게 된다.

이거 상당히 짜증나는 일이었다.

한쪽 구석을 따라 기역자로 꺾어진 개방형 주방이 꾸며져 있었는데 하이그로시 uv 코팅된 씽크대가 상판에 인조대리석을 얹고 차갑게 번질거렸다.

그 앞엔 반투명 유리 간막이를 벽 대신 두른 화장실 겸용 샤워실이 있었고 그 앞으로 레슬링을 해도 될만큼 널찍하고 물렁물렁한 침대가 하나 놓여있었다.

실상 그녀는 그 위에서 거의 매일 레슬링을 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물론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는 처지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반대쪽 좁은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제벨리스 TV와 구석마다 짱박힌 스피커, 벽 속에 숨겨놓아 달랑 손잡이만 보이는 옷장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 곳이 일반적인 방과 다른 점은 뭐니뭐니 해도 한쪽에 잔뜩 늘어놓은 운동기구들과 광길이 즉어라 쳐대는 180cm짜리 대형 샌드백일 것이다.

그 때문에 이곳은 생활을 위한 방이라기보다는 운동을 하다가 잠시 쉬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만큼 정리가 안되고 난잡해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속칭 교육을 받고 돌아온 후 그녀는 줄곧 이 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검은 색 끈을 따라 금속버튼이 박혀있는 프린지 힐 위에 올려놓은 하체에는 루즈한 핏의 낡은 청바지가 골반 끝에 간신히 걸쳐져 엉덩이가 갈라지는 부분을 살짝 보여주고 있었고 허리 위로는 메탈느낌을 내는 무끈 모노크롬 탑브라를 한 채 그녀는 최대한 많은 피부를 하얗게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그가 좋아하는 차림이다.

그녀는 최대한 가진 자원을 믹스매치하여 그의 입맛에 맞게 자신을 꾸며야 했다.

밤색의 굵은 허리띠가 손만 대면 풀어질 만큼 허술하게 채워져 놋쇠버클을 아랫배에서 늘어뜨리고 있었다.

머리는 뒤로 바짝 빗어 묶어 올려 이지적인 이마를 환히 드러냈는데 그렇게 강조된 그녀의 완벽한 타원형 두상 역시 그는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

황소처럼 훅을 때려대는 광길의 동작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길엔 별다른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운동을 마치고 광길이 벤치 프레스 위에 앉자 그녀가 다가가 무릎을 꿇고 땀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얼굴과 목의 땀을 찍어내듯 부드럽게 닦아내는 그녀를 보며 광길은 글러브를 벗었다.

테이프에 감긴 딱딱한 손이 나왔다.

저 손으로 그녀는 어젯밤에 그가 만족할 때까지 엉덩이를 맞았었다.

"저녁은?"

"차릴까요?"

"너 먹었냐구."

"아뇨."

"그래?"

광길이 상체를 약간 뒤로 기대며 다리를 벌렸다.

그녀가 즉시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그녀는 그의 다리 사이로 자리를 옮겨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탑브라를 밑으로 당겨 내렸다.

옷은 고무줄처럼 늘어나며 밑으로 끌어내려져 허리에 걸렸다.

솜사탕을 다듬어놓은 듯이 깔끔하고 맞춤한 젖이 드러났다.

그녀는 트레이닝 복 위로 그의 성기를 문질렀다.

"입으로요?"

그녀가 낮고 조용한 음성으로 물었다.



자기를 아빠라고 부르라던 그 늙은이는 입으로 해 달라고 한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세 구멍을 다 이용할줄 알아야 돼. 자, 한번 따져보자."

그녀는 네 발로 엎드려 있었고 삼촌들 중 유난히 자신을 이뻐한 나머지 갖은 괴롭힘으로 사랑을 표시하는 빡빡머리의 성기를 빠는 중이었다.

사업장이라고 하던 길동애비의 소굴엔 몇 명의 사내와 여자들이 있었는데 그녀에게는 나이에 상관없이 남자들은 모두 삼촌, 여자들은 모두 이모였다.

그들은 그녀의 구속과 학대와 교육과 충고와 시범과 실습을 나누어 담당했다.

그 모든 현장에는 꼭 늙은이가 끼어서 감놔라 대추놔라 간섭을 하기 일쑤였다.

"제일 편한건 보지야. 그런데 이게 대부분 좀 오래 하게 되거든. 뭐 빨리 하는 새끼도 있지만. 그런건 예외로 하고..그렇게 오래 쑤시다 보니 힘은 힘대로 들고 다치기도 쉬워. 감염도 쉽지. 한강에 배 지나간다고 자국이 남겠냐고들 하지만 사실 자국도 남아. 니 보지가 한강도 아니고. 그러니까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게 좋아."

빡빡머리가 기분이 좋은지 고개를 뒤로 젖혔다가 다시 그녀를 보면서 혀를 낼름거렸다.

"똥창이 제일 어려워. 아프고 힘도 잘 줘야 돼. 게다가 다치기도 쉽지. 그러니 우선순위에 놓지마."

영감은 항문을 항상 똥창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입으로 하는 게 좋다는거야. 잘 기억해."

영감이 빡빡머리의 주봉에 반들거릴만큼 침을 바르며 입술로 빨아 닦아주고 있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입은 입으로만 하는게 아니야. 입은 손으로 하는거야. 알았어? 손으로. 입으로만 한다면 아마 조만간 턱이 빠질거야. 생각해 봐. 대기자가 수십 명일지도 몰라. 안그래?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거야. 요령있게 해야지."

빡빡머리의 사타구니는 냄새가 심했다.

일부러 안 닦는지도 모른다.

미칠 것 같았지만 최대한 숨을 적게 쉬며 다른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입은 살짝 빨기만 하는거야. 갖다 대기만 하라고. 그리고 손을 쓰란말야.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손을 쓰는거 아냐. 배웠잖아. 그치? 두 손을 잘 이용해. 손 앞엔 어느 놈이든 못 버텨. 여기..여기..이런 곳. 이런데 좋지. 금새 끝낼 수 있어."

늙은이는 마술사가 손 보여주듯이 두 손을 펴 그녀의 눈앞에 빙빙 돌리며 손가락의 놀림을 보여주었다.

"이런건 숙자년이 잘하는데..나중에 한번 봐. 그거 빼면 나머지는 쉬워. 비위만 좋으면 돼. 어떤 형태던 어떤 상태던 덥석덥석 입에 넣어 줄 수 있어야 돼. 그리고 싸질러 놓는거 꿀꺽 먹어주면 되는거야. 비위 문제지. 그거야 뭐..많이 해보면 익숙해질거다."

진짜 효과가 있는건가..사정이 가까워졌는지 빡빡머리가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긴장시켰다.

"꼭 기억해. 입은 대기만 한다. 모든건 손으로 한다."



"일단 입으로."

트레이닝 복 속으로 만져지는 그의 성기는 딱딱하고 큼직했다.

곧추 서서 아랫배에 붙은 그의 성기는 석고판에 돋을새김 한것처럼 튀어나온 한쪽만 만져졌다.

그녀는 이것을 잘 알았다.

하루세끼 물어보는 밥 숟가락처럼 수없이 꺼내보고 입에 물어보고 쓰다듬어 준 물건이었다.

더럽고 냄새나고 역겨운 것.

욕지기가 튀어나온다는 점에서 사내 것들은 어느 것이나 다 비슷했다.

그녀는 그동안 그의 다리사이에 얼굴을 묻고서 숨을 참고 무던히도 역겨움을 인내했다.

그녀가 잠자코 트레이닝복을 끌어내리려 했다.

그러나 광길이 엉덩이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녀는 내리는 것을 포기하고 어떡하냐는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너부터."

그가 턱끝을 까닥였다.

그녀는 일어나서 청바지의 놋쇠단추를 풀고 밑으로 내렸다.

팬티를 입지 않은 하체가 어둠 속에서 솟아나듯 미끈하게 빠져나왔다.

그의 앞으로는 그녀의 전면이 거울에는 그녀의 뒷면이 동시에 드러났다.

그녀는 얌전히 다리를 털어 발을 청바지 밖으로 꺼냈다.

그녀의 사타구니에는 불을 지를 듯이 선명한 멜럿 와인색 패드가 붙어있었다.

기다란 유선형의 패드는 주변을 빙 둘러 약간의 마진이 붙어있었는데 이것이 그녀의 맨살에 찰싹 접착되어 있었다.

정확히 중앙부분에 아주 작은 금박으로 메이드 인 포르투갈이라고 쓴 글귀가 우측정렬되어 있었다.

하얀 맨 몸에 빨간 패드는 적대적일만큼 그것이 덮고있는 그녀의 급소를 눈에 띄게하는 효과를 내고 있었다.

"준비해 놨나봐?"

"네."



그녀가 배운 것 중에는 준비성에 관한 것도 있었다.

VIP가 어느 곳을 이용할지 모르니 모든 곳을 항상 준비해 놓으라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니가 항상 준비하고 있다, 널 먹으려고 하는 놈한테 이걸 보여주는 거야. 난 너의 것이다, 언제든지 내킬 때 와서 즐겨라라는 걸 행동으로 알려주는거지. 홈빡 보내는거야."

홈빡 보낸다..늙은이는 이 말을 자주 썼다.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물어본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하여튼 길동애비는 섹스를 단지 몸을 섞는 행위로만 보지 않았다.

즉 그녀가 상대를 대하는 순간부터 그녀의 호흡이나 태도,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법, 그녀와 상대 간의 보이지 않는 긴장감 같은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준비성도 마찬가지였다.

섹스가 깃발을 꽂아 세우는 것이라면 준비성이나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깃발을 세울 땅을 단단히 고르는 것이다.

바로 그런 지엽적인 것들이 섹스의 퀄리티를 정한다.

심지어 그런 것들이야 말로 섹스가 벌어지는 경기장이며 섹스가 전시되는 주 점포라고까지 말했다.

섹스는 단지 그렇게 인테리어된 상점에서 판매된 비빔밥 한 그릇일 뿐이다.

늙은이는 그런 허접스런 소리를 주절대면서 이렇게 혁명적인 이론을 교육받는 그녀야말로 복받은 것이라고 떠들곤 했다.

그녀는 연이어 그녀의 항문을 맛보려고 대기하는 두 개의 터덜거리는 성기를 꼿꼿이 세워주면서 그만 입 좀 닥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패드를 떼자 무색투명한 젤을 발라놓아 윤이나는 가랑이가 나왔다.

삽입을 도와주는 인서션 젤은 음부에서 시작하여 항문까지 골고루 발라져 있었다.

그녀의 음부는 모두 깨끗하게 면도되어 있었는데 짧게 깎아 길쭉한 난초잎 모양으로 가늘게 커팅한 털만을 남겨 음핵에서부터 시작해 왼쪽 가랑이 끝까지 비스듬히 기울게끔 다듬어 놓았다.

대단히 정성들여 다듬은 브리슬이었다.

난초 위쪽 부드러운 두덩에는 손톱만큼 작은 불꽃이 매우 정교하게 문신되어 있었다.

날름대는 고양이의 혀처럼 그녀의 핵심에서 점화되어 매끄러운 불두덩을 탐욕스럽게 핥아오르는 그 순간을 정상적인 여성이라면 가장 부끄러워할 피부표면에 샛빨갛고 샛노란 음영으로 정지시켜 놓았다.

말하자면 난초잎으로 보이는 얇고 길게 휘어진 사선 위에 불꽃이 하나 타오르고 있는 형상이었다.

그리고 불꽃 밑 정확히 말하자면 클리토리스를 약간 비껴 올라간 위 쪽으로 아주 작은 백금구슬이 피어싱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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