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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절망진아는 편식이 심한 편이었다. 고기류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단것이나 매운 군것질이나 좀 좋아했을까. 어디까지나 음식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오래된 구정물 같은 이 반유동 액체를 먹기 위해 마음을 굳혀야했다.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진아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런 것을 먹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며칠간 겪은 고통과 고문, 폭력은 그녀의 행동양식을 바꿨다. 고통스럽지 않기 위해, 아프지 않기 위해 덜 아프고 덜 고통스러운 것을 참아내게 된 것이다.사발을 들고 막 입을 데려는 찰라 서기가 말했다.“누가 손을 써도 …
내가 사랑한 절망**경고**노약자, 비위 약하신 분께선 알아서 피해주세요.진아가 청소를 마친 것은 약 4시간이 지난 뒤였다.혀로 청소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이었다. 진아의 팔은 등뒤로 묶여있었고 쇠뭉치까지 끌고 다녀야했기 때문에 거동도 쉽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과식과 더불어 관장으로 인해 배속의 통증이 심했다.때문에 잠시 바닥을 청소하다가도 고통이 심해지면 잠시 멈췄다가 조금 나아지면 다시 청소를 시작했고 이로 인해 다시 아파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결국 진아는 혀로 닿는 자신의 몸, 그러니까 발이나 …
내가 사랑한 절망기술자가 이곳 아지트를 찾은 것은 대식가가 떠나간 지 몇 시간 뒤인 저녁 7시께 였다. 지난 보름간을 돌아보면 기술자는 가장 많이 아지트를 찾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일주일의 3~4일은 아지트에서 하루 밤을 묶고 갔다.예고 없이 저녁에 와서 아침 일찍 떠나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의 방문은 그 자체로 각별했다. 무엇보다 그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진아에게 ‘봉사’를 요구하지 않았다.“그래, 합격점은 받을 것 같아?”기술자가 진아를 보자마자 한 질문이었다. 그녀는 주어가 생략됐지만 오늘 대식가의 평가를 묻는다는 것을 …
내가 사랑한 절망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기술자는 다음 지시를 내렸다.“그럼 그동안 숙제를 잘 이행했는지 검사해볼까. 자위를 시작해봐.”“예 기술자님”어쩌면 진아는 이런 지시를 기다렸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다리를 벌리고 가슴과 흥건해진 보지를 만지기 시작했다. 지그까지 진아는 그의 앞에서 자위를 할 때면 눈을 감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기술자의 모습을 번갈아 보며 능숙하게 손놀림을 시작했다.“지금까지 자위 할 때 어디어디를 만졌지?”“아음... 가슴과 보지.. 혀, 손가락을 말씀하신대로 안까지 깊…
내가 사랑한 절망현실은 늘 각오나 다짐을 까마득하게 앞서는 법이다. 진아가 미처 억누르지 못한 신음은 그런 애환을 담고 있었다. 이날 새벽부터 내린 잔잔한 비는 제법 운치 있는 소리를 자아냈지만 진아의 아픔을 가려주지는 못했다.그녀는 교실 모양으로 꾸며진 방에서 교복을 입은 채로 의자에 앉아 고통에 찬 신음만 간헐적으로 흘리고 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상의는 활 짝 열려 있었고 하얗게 드러난 가슴에는 바늘이 십여개가 꽂혀있었다. 팔이 뒤로 묶여있는 탓에 그녀는 자신에 몸에 꽂힌 바늘을 빼긴커녕 상처를 감쌀 수도 없었다. 진아가…
내가 사랑한 절망사실 그녀가 고통을 피하고 싶은 욕구가 합격에 대한, 기술자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는 열망과 동일선상에 놓이는 것은 비합리적인 일이다. 우열이 명백히 다른 사안이었다. 진아가 이런 비합리를 눈치 채지 못한 것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을 찾고싶은 방어기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보다 더 직접적인 것은 바로 순수한 의미의 근원적 공포였다.진아는 아지트를 방문한 뒤 딱 한번 외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곳에 온지 나흘째였다. 아무런 전조도 예고도 없이 다섯 남자는 “밖으로 나와”라는 한마디와 함께 진아를 데리고 차…
내가 사랑한 절망그 스위치는 바로 자기연민이었다.진아는 더 이상 눈을 감지 않았다. 자신의 가슴에 꽂아진 바늘과 말아 올려진 치마. 가슴과 팔의 통증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다리 사이를 헤집는 선생의 회초리를 바라봤다.충분히 맞출 수 있는 곱셈 문제가 있었음에도 이를 풀지 못한 스스로와, 이렇게 벌을 받는 와중에도 음부에 자극을 준다고 서서히 느끼고 있는 자신에게 동정과 경멸이 일었다. 좀 전 아픔을 피하기 위해 선생의 구두를 핥고 있던 비굴한 자신이 떠올랐다.‘나는 정말 부끄러움도 모르는 파렴치한 인간이었나봐’눈물이 나올 것 같은 감…
미움과 사랑의 끝독한 담배연기는 조용히 내 코를 빠져나가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느껴지는 허전함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고독이라는 것일까... 그것보다는 따분함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앞으로 미세스 배 가 지나간다. 나는 순간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시선을 돌려 길가에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주시한다. 스물 일곱 새댁은 키가 크고 겉으로 보기엔 통통하게 보이는 몸매와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인형이다.그녀가 입사해서 함께 근무한지 어언 일년이 되어간다.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조촐한 환영회를 가졌고 그날 이후로 조금씩 미워지는…